김누리 중앙대 교수 합포문화강좌
의사들이 의대 증원 찬성하고
시민들이 난민 수용 요구하는
독일 교육 개혁, 모범 사례로

경쟁 지상주의, 일상의 파시즘
연대·공감·협조 가치 가르쳐야
"민주주의 육성 교육으로 전환을"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가 지난 15일 오후 창원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547회 합포문화강좌에서 '거대위기 시대 대한민국 교육대전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가 지난 15일 오후 창원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547회 합포문화강좌에서 '거대위기 시대 대한민국 교육대전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의사들의 행태는 한국 교육이 실패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파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가 지난 15일 오후 창원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547회 합포문화강좌에서 한국 사회와 교육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합포문화동인회가 주최한 이번 강좌에서 김 교수는 '거대위기 시대 대한민국 교육대전환'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괴물'이 되어간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처럼 미성숙하고 파렴치하고 부패한 엘리트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서울대 기초교육원장이 서울대 교양 과목 중 인기 과목이 뭔지 아느냐고 묻더라. 수학이라고 한다. 반수 해서 의대를 가려고 수학을 듣는다는 것이다. 서울대에서 매년 550명이 자퇴하고 70~80%가 자연대와 공대다. 위대한 공학자나 과학자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의대 가는 데 실패한 자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였다. 왜 의대에 가려고 하느냐. 슈바이처가 되고 싶어 그런 아이는 없을 것이다. 돈 벌겠다는 것이고, 다른 이유가 없다. 유럽에서 의사가 돈을 번다는 것은 가장 부끄러운 일이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기에 윤리성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그는 코로나 시기 독일과 한국 상황도 비교했다. 정부 의과대학 증원 추진과 이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다시 드러난 요즘, 의사 집단의 행태를 되돌아봤다.

"독일 정부는 코로나 대응책으로 전체 의대 정원 50% 증원을 내세웠고, 독일 의사협회는 너무나 타당하다며 대환영 성명을 냈다. 한국은 당시 문재인 정부가 통이 너무 작아서인지 고작 400명, 10년간 4000명을 늘리겠다고 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의사들이 옷 벗고 광화문에서 1명도 못 늘린다고 성명을 발표한 점이다. 이 성명서는 온 국민이 읽어봐야 한다. 한국 교육이 실패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파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이다. '어떤 의사에게 진료받고 싶은가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으려고 공부에만 매진한 의사. 실력은 한참 모자라지만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 어떻게 성인이 자기 정체성을 과거 전교 1등을 한 점에서 찾나.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고, 인간 존엄 의식이 부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가 지난 15일 오후 창원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547회 합포문화강좌에서 '거대위기 시대 대한민국 교육대전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가 지난 15일 오후 창원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547회 합포문화강좌에서 '거대위기 시대 대한민국 교육대전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김 교수는 2020년 9월 20일 독일 베를린에서 있었던 시위 사진을 보여줬다.

"당시 그리스에 있는 시리아 난민촌에서 화재가 났고, 독일 정부가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난민 2700명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틀 후 독일 40개 도시에서 수만 명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정부 정책에 항의했다. 난민 수용을 확대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 이런 인간은 지구 상에서 멸종한 줄 알았다."

이어 그는 독일이 2015년 이후 거의 모든 세계적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에서 가장 존경할 만한 나라로 꼽히는 점을 강조했다.

"있을 수 없는 일,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아이들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뭔 짓을 했느냐. 1차 세계 대전과 2차 세계 대전, 유대인 집단학살(홀로코스트)을 저질렀다. 그냥 학살도 아니고 가스실에 사람들을 모아놓는 인류에 대한 만행이었다. 20세기 최악의 전범국가로 사실 일본보다 더하다."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가 지난 15일 오후 창원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547회 합포문화강좌에서 '거대위기 시대 대한민국 교육대전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가 지난 15일 오후 창원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547회 합포문화강좌에서 '거대위기 시대 대한민국 교육대전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그렇다면 독일은 어떻게 21세기 최고의 모범국가가 됐을까.

"교육이 인간을 바꿨다. 1970년 교육개혁으로 완전히 새로운 독일인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교육개혁 핵심은 이거였다. '경쟁교육은 야만이다.' 일체의 경쟁, 등수나 석차도 없다. 학교 간 경쟁, 대학입학시험도 없다. 고등학교 졸업시험 아비투어(Abitur)를 치면 원하는 대학과 원하는 학과를 원하는 때에 갈 수 있다. 아이들 선택에 맡긴다. 90% 이상이 여기에 합격한다. 경쟁시키지 않으니 성숙한 인간들이 자란 것이다."

독일 교육개혁은 55년 정도가 됐고, 독일사회는 '거대한 교육학적 실험실'로 불린다.

"경쟁을 부정적으로 보는 모습은 모든 발전을 경쟁의 결과로 여기는 한국인에겐 특히 낯선 것이다. 이들의 조상, 히틀러 때문에 경쟁은 야만이라고 봤다. 히틀러 파시즘의 정신적 뿌리를 뽑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거 청산의 일환으로 교육개혁이 이뤄졌다. 히틀러는 이 세계를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정글로 보고, 다윈의 법칙으로 적자생존과 자연도태가 인간사회에도 적용된다고 봤다.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것은 자연의 순리라며 우월한 게르만족이 열등한 유대인을 학대하고 학살하는 것을 정당화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교실은 어떤지 물었다. 결국 경쟁을 중요시하는 한국 교육의 풍토를 돌아봐야 한다.

"12년 교육(초·중·고교)을 받으면 민주주의자가 되나, 파시스트가 되나. 경쟁을 당연시하면, 그게 일상의 파시즘이다. 이 세계는 자유롭고 평등한 구성원들의 공동체이며 우열이 있는 게 아니라 다양성이 존재하고, 그 다양성은 누가 누구를 추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고 협조하고 연대하고 공감하는 관계일 것이다. 민주주의자가 이 세계를 보는 방법이다. 교육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개혁은 내 의식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날 김 교수는 △생태적 파국(생명의 위기) △정치적 파국(평화의 위기) △사회적 파국(생존의 위기) △교육적 파국(인성의 위기) 등 '거대위기 시대 4대 파국'을 풀어서 설명했다. 경남교육청 박종훈 교육감과 간부공무원 등도 강연을 들었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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