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작포 '마을공동체'는 회복되나] (2) 화합 아닌 고발
이장 "자기들 맘대로 공장 피해 주민대책위 구성" 주장

목차

이전 기사   (1) 공장 문제로 양분된 주민

현재 기사   (2) 화합 아닌 고발 

 

창녕군 영산면 작포마을 주민들은 지금 이중고를 겪고 있다.

마을에서 50m 정도 떨어진 ㈜동해기계 창녕공장 도장공정(페인트작업) 악취·분진 피해를 입고 있고, 이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주민 간 분열·갈등 피해도 상당하다.

공장 피해 대응은 최근 도장공정 이전 확약과 창녕군청의 불법 도장작업 감시단 활동 계획으로 해결 단초를 마련했지만, 주민 간 분열·갈등 현상은 여전하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그간 공장 피해 대응에 소극적이었던 마을이장의 행태에 공장 피해 주민대책위원장 ㄱ 씨는 물론, 대다수 주민이 분노하고 있다.

2008년 동해기계가 대기오염물질배출 4종 신고를 한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작포마을 주민들 공장 피해와 이에 따른 주민 분열·갈등 현상을 극복하고,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는 과정에 <경남도민일보>가 함께한다.

창녕군 영산면 봉산리 작포마을에서 바라본 동해기계 창녕공장. 마을에서 5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일균 기자
창녕군 영산면 봉산리 작포마을에서 바라본 동해기계 창녕공장. 마을에서 5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일균 기자

◇공장 피해로 주민 분열 = 작포마을 주민들이 겪는 이중고는 서로 별개가 아니다. 결국 공장 피해가 주민 분열을 낳았다.

이장 ㄴ 씨는 공장 피해 대응에 소극적인 것은 물론, 그간 민원서 제출과 집회, 기자회견, 1인 시위 등을 줄기차게 벌여온 주민대책위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인터뷰에서 ㄴ 씨는 "주민대책위는 마을에서 인정한 게 아니다. 자기들 마음대로 만든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장의 이런 태도에 대해 주민대책위보다 일반 주민들이 더 비판적이다. 13일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장이 거의 혼자서 공장 피해 대응에 반대를 해왔다"거나 "주민 대다수가 공장 피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이를 막아서는 이장 태도 문제는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주민대책위 ㄱ 씨는 "주민들이 그동안 공장 피해 문제에 무지했던 것도 결국 이장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었다"면서 "그러다 지난해 7월 주민대책위가 민원서를 정부와 창녕군, 경남도청에 제출하면서부터 대책위가 구성되고 현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마을총회 때 제시된 2023년 수입지출 내역 결산서. /이일균 기자
지난해 12월 마을총회 때 제시된 2023년 수입지출 내역 결산서. /이일균 기자

◇이장 재선출 수용 안 한 영산면 = 주민대책위가 이장의 이런 행태에 제동을 걸고자 지난해 12월 이장 재선출을 요구했다. 그리고 12월 29일 마을총회가 열렸지만, 관철되지 못했다.

우선, 새 이장 선출 공방. 당시 총회에서 새 이장으로 ㄷ 씨가 추대됐지만 이를 수용한 주민대책위와 달리 현 이장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영산면장까지 "마을에 있는 개발위원회의 위원장 도장을 받아오라"며 새 이장을 돌려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새 이장과 현 이장 사이에 임기를 6개월씩 나누자는 담합이 이뤄지고, 개발위원회가 이를 추인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영산면장 ㄹ 씨는 "현 이장 임기가 아직 남았고, 마을총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개발위원회 회의를 거치라고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판단으로 마을총회 결과는 헌신짝이 됐다.

다음은 마을총회 때 제시된 '2023년 작포마을 결산서' 문제. 이장이 집행한 한 해 수입·지출 내역이 담긴 이 결산서에 액수만 표시됐고, 날짜·영수증 등 증빙 자료가 포함돼 있지 않자 주민대책위는 똑같은 형식의 2021~2022년 결산서까지 포함해 현 이장을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창녕경찰서에 고발했다.

이장 ㄴ 씨는 "큰 행사도 없었고, 행사할 때마다 양해를 구한 거다. 감사도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공장 피해 대응뿐만 아니라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해서 현 이장의 행태는 화합의 대상이 아닌, 진상 규명과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것이 주민대책위 측 입장이다. 당장의 화합이 아닌 고발을 선택한 것이다.

/이일균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