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작포 '마을공동체'는 회복되나]
(1) 공장 문제로 양분된 주민

도시인들에게 '마을'이라는 단위는 낯설다. 최소 생활권을 의미하는 마을이 도시에서는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농어촌은 다르다. 집, 일터, 놀이와 휴식공간 등 상주 공간이 대부분 마을 안에 있다. 이곳에서는 구성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면 생활하기가 곤란하다. 마을 구성원 간에 원만한 관계가 기본이 되는 '마을공동체'가 그래서 중요하다.

창녕군 영산면 봉암리 작포마을 주민들은 현재 마을공동체 위기 상태다. 50여 가구에 집마다 1~2명씩 노인들이 주로 사는 이 마을이 불과 50m 떨어진 ㈜동해기계가 굴착기 부품 도장(페인트) 작업을 시작했던 2008년부터 악취·분진·소음 피해를 입어왔다. 그보다 더 큰 피해가 공장 문제를 바라보는 주민들 간 갈등이다. 50가구 정도 되는 작포마을 주민들이 공장 피해 문제 해결과 마을공동체 회복으로 가는 험난한 길을 〈경남도민일보〉가 함께 한다.

창녕군 영산면 작포마을 주민들은 인근 (주)동해기계 도장공정 이전 약속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마을공동체 회복'이라는 큰 산을 앞에 두고 있다. 사진은 작포마을 마을회관. /이일균 기자
창녕군 영산면 작포마을 주민들은 인근 (주)동해기계 도장공정 이전 약속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마을공동체 회복'이라는 큰 산을 앞에 두고 있다. 사진은 작포마을 마을회관. /이일균 기자

◇"이대로는 안 된다" = 공장 피해 문제에 적극적인 주민들이 지난해 7월, 창녕군과 경남도, 국민신문고까지 민원을 넣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문제 없다"였다. 결국 주민대책위가 행동에 나섰던 것이 10월 26일 창녕군청 앞에서 집회 겸 기자회견이었다. 창녕환경운동연합 등 군내 시민단체가 결합한 창녕군시민단체연대회의(준)와 힘을 합쳤다.

11월에는 칠순 팔순이 넘는 노인들이 늦가을 만만찮은 추위 속에 1인 시위에 나섰고, 11월 14일에는 함안군 칠서산업공단 내 동해기계 본사 앞에서 집회를 했다.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창녕군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민들과 동해기계 측, 군청 담당자와 창녕군시민단체가 참석하는 간담회가 지난해 12월 19일 처음 열렸다. 간담회는 올들어 1월 18일까지 세 차례 이어졌고, '동해기계 창녕공장 도장공정 전부 이전 확약서'라는 성과가 나왔다.

하지만 큰 산을 넘자 또다른 산이 나타났다. '마을공동체 회복'이라는 과제였다.

 

노인 50여 가구 사는 농촌마을

2008년부터 도장작업 탓 피해  

마침내 이전 약속받아냈지만

주민 이견· 고발' 현재 진행형 

◇마을 이장 고발까지 = 현재 주민대책위는 마을 이장을 고발한 상태다. 공장 피해 대응에 소극적이라며 이장을 비판해온 이들이 공동체 회복 차원의 화합 시도가 아닌, 고발 조치를 한 이유는 뭘까.

지난해 12월 마을총회 때 이장이 제시했던 '2023년 작포마을 결산서'의 수입·지출 내역이 날짜와 영수증조차 없었고, 이는 2021년과 2022년 결산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고발 요지. 주민대책위 ㄱ 씨는 "이장은 10년 이상 자리를 맡아오면서 공장 피해 대응을 외면했을뿐만 아니라 마을 예산 회계 처리도 극히 불투명하게 해왔다"고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마을 이장 ㄴ 씨는 "결산서에 날짜가 명시되지 않고 영수증이 첨부되지 않은 것은 맞다"면서 "큰 행사도 없었고, 행사할 때마다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감사도 받았다"고 말했다. 공장 피해 대응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주민대책위는 마을에서 인정한 게 아니다. 일부 주민이 자기들 마음대로 만든 거다. 우리도 도장공정은 반대한다. 허가받은 것만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일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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