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닿을 만한 곳에서 도시 볼 수 있는 섬
설 연휴에 그리움·추억의 장소 찾아보길

잠깐 도시를 벗어나 그 도시를 바라볼 수 있는 섬이 손 닿을 만한 곳에 있다.

사진작가 고 김영갑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의 제목처럼 지난 추석 연휴 나는 한나절을 돝섬에 있었다. 유원지를 만들 때 친구의 노동일에 따라와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고부터 수십 번을 여러 이유로 돝섬을 드나들었다.

돝섬은 고운 최치원의 설화가 전해지는 섬이다. 당나라에서 돌아와 해인사로 들어가기 전에 별서를 짓고 후학을 키웠다는 이야기와 그 징표로 직접 새겼다는 월영대가 섬이 보이는 곳에 있다. 돼지의 후손이라는 경주 최씨의 시조설화와 금빛 돼지가 된 섬은 고운이 쏜 화살처럼 신선이 되어 흔적을 남겼다.

그리고 2012창원조각비엔날레 출품작을 중심으로 꿈꾸는 조각들이 깊이 있는 사고를 담고 섬 곳곳에 널려있다. '생명의 공간'에선 생명의 위대함을, '자연의 확장'에선 평화롭게 살아가는 자연생태를, '놀이와 참여'에선 만지며 놀이하는 참여의 즐거움을, '시간의 리듬'에선 시간에 대한 기억을 각각 특징으로 삼고 섬을 지키고 있다. 등성이에는 문신 조각품이 마산을 향해있기도 하다. 또 돝섬은 마산을 바라보기에 최적의 장소다.

마산에서 일터가 생겨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 마산으로 모여들었다. 더러는 어린 나이에 가장 역할을 맡아 돈을 구하러 수출자유지역과 한일합섬, 한국철강 등의 일터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마산은 사람들의 고단함과 애환이 쌓여 있는 도시다. 고단함과 애환이 묻은 도시는 그리움과 추억이 되고 때로는 고향이 되었다.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한다는 소설의 제목은 그래서 가장 무거운 죄형처럼 들렸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가고파를 흥얼거리며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일구어낸 도시는 그러나 시들어가고 있다.

배어나고 웅성거리는 시간이 뒤엉켜,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고 바라보는 곳, 그 고단한 시대를 추억하고 싶다면 설 연휴에 돝섬에 가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치유의 시간은 탄력성을 견인하면서 고향의 자리를 만들어줄 것이다.

이제 설 명절이 예전 같지 않다. 자꾸만 간편해지고, 또 축소되어 가고, 그래서 이러다가 추억 속에나 남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고향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대부분 도시에서 추억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니까 진정한 고향은 이제 마지막 세대들에게 남겨질지도 모른다. 설빔을 입고 선물을 사들고 완행버스는 그렇게 고향으로 향했었는데, 고향을 두고 가지 못하는 분들에게 위로를 드리는 노래와 장소들이 그래서 생겨났고, 우리를 위로하고 있다.

'머나먼 고향'을 만든 박정웅은 밀양 출신으로 1968년 25세 나이에 서울로 가 타향에서 처음으로 홀로 맞이한 명절 밤에, 즉흥적인 서정을 기타 줄에 걸치며 흥얼거리며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나훈아에게 '깨끗하게 불러라, 울지 말고 불러라'라고 요구했다는 뒷얘기가 있었고, 그 노래를 발표할 당시 박정웅은 28세, 나훈아(최홍기)는 24세였다.

그들이 그리워한 고향은 어디에 있을까!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라던 고향의 노래 '향수'는 노래를 같이 부른 서울대 교수 박인수를 국립오페라단에서 제명하기도 했었다. 고향을 그리는 마산 사람들이여! 설 연휴에는 그리움과 추억의 장소 돝섬으로 가자!

/황무현 마산대 미디어콘텐츠과 교수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