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는 딱히 연고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주 찾는다. 남해가 고향이라 바다를 보면 언제나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남해는 내가 사는 부산에서는 다소 거리가 멀어 이를 대신하는 곳이 거제도다. 직장생활 20년 넘게 힘들 때마다, 또는 가족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자 찾았으니 거제는 제2의 고향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주말을 맞아 거제에 갈 때면 '어디로 가볼까?' 인터넷 검색을 자주 하게 된다. 어디로 갈지 검색하는 것 또한 소소한 행복이긴 하다.

그러다 지난해 노자산과 관련된 소식이 자주 오르내리는 것을 봤고 이곳에 대규모 개발이 진행된다는 것을 알았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거제 동부면 율포리와 남부면 탑포리 일원 노자산에 골프장과 레포츠·숙박 시설을 짓는 남부관광단지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를 위해 진행한 환경영향평가에서 대흥란이 골프장 개발지 바깥에서 95개체, 거제외줄달팽이는 1개체가 조사되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공동조사단 조사 결과 대흥란은 골프장 개발지 전 지역에서 727개체, 거제외줄달팽이는 22개체, 팔색조 둥지 36개가 발견되었다.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음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결국 환경영향평가서를 거짓·부실 작성한 환경영향평가 업체는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흥란 등을 이식하는 방법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제동장치가 고장 난 기차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최근 기사에서는 노자산 개발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의원에게 정책 질의서를 보냈지만 16명 가운데 3명만 회신했다고 한다. 시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생각이 다를지라도 자신의 소신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시민을 대신하는 공인의 의무 아닐까.

많은 문제가 노출된 환경영향평가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꼭 필요한 개발만 하고 동시에 환경을 보전하고자 존재하는 법이지만 개발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도 상식 밖이다.

거제 계룡중학교 학생들이 도지사에게 편지도 보내고 노자산 생태탐방 등에도 동참하며 산을 지키고자 노력한다는 이야기에는 가슴이 뭉클했다. 보전해야 할 환경을 개발하고, 법적으로 잘못된 것이 뻔한데도 바로잡히지 않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기고 또 그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겠는가. 아무리 편리한 것이 좋고 돈이 최고인 세상이라지만 해도 되는 일이 있고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강정선 독자·부산시 사하구 하단동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