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병원이 운영하던 정부 지원기관
새해 들어 운영 중단...전국 5개소 전면 폐지
의료인 전문인력 부재 따른 연구 공백 불가피
전국 센터 10여 년 연구 기록 농업진흥청 이관
정부 "성과 있었지만 센터 운영 효율성 한계"

경남에 한 곳뿐이던 농업안전보건센터가 문을 닫았다. 정부가 올해부터 지원금을 모두 끊으면서 운영이 중단됐다.

농업안전보건센터는 지난 11년간 농민 직업성 질환 연구와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전담 기관 역할을 해왔다. ‘농어업인삶의질법(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2013년 설치됐다.

설립 이후 △농업인 직업성 질환 조사·분석 △질환자 모니터링·농업 활동과 질환 간 연관성 파악 △질환 사전 예방·치료 방안 모색 △현장 지침서·프로그램 개발 등을 도맡았다.

경남에서는 경상국립대병원이 경남농업안전보건센터를 운영해왔다. 주로 상지 근골격계질환 연구를 진행했다. 팔을 들어 올리는 업무가 많은 과수농가 농민을 대상으로 연구가 집중됐다.

경상국립대병원 전경. /경남도민일보 DB
경상국립대병원 전경. /경남도민일보 DB

다른 지역에서는 강원(강원대병원·허리질환), 전남(조선대병원·무릎골관절질환), 제주(제주대병원·농작업 관련 손상 질환), 충남(단국대병원·농약중독) 등 4곳에서 농업안전보건센터가 운영됐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지난 1일부터 전국 센터 5곳 모두 운영이 중단됐다.

정부가 내세운 지원 중단 명분은 사업 중복이다. 농촌진흥청에서 주관하는 농업 안전 예방 교육사업과 겹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었다.

정부는 이전까지 농어업인 질환과 업무상 재해 원인 규명 관련 연구·예방·치료 등을 목적으로 기관마다 운영비를 지원했다.

2019~2020년 15억 원(센터당 3억 원), 2021~2023년 6억 원(센터당 1억 2000만 원)을 배정했다.

그러나 올해는 아예 한 푼도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지금까지 농업안전보건센터가 진행한 연구자료를 농촌진흥청으로 이관했다.

그동안 농업안전보건센터는 농민들을 성별·연령별·작목별로 구분해 의료전문가가 농촌 현장을 직접 관찰·추적하는 역할을 했다. 의료진이 지역사회에서 기초 진료와 교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암을 발견한 주민도 있었다. 진통제 오남용 문제를 파악해 의료 사고를 막은 사례도 있다.

정은정 농촌사회학자는 “농촌진흥청에 의료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의학적으로 장기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관도 아니다”면서 “지난 10년간 연구를 공동으로 했던 것은 맞지만, 농촌진흥청 단독 사업이 되면 허술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사회에서 농민들에게 의료진과 전문 연구 인력 등으로 지역 대표 거점 병원들이 애쓰면서 사회적 성과가 있었는데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 관계자는 “질환연구 논문도 있고 안전교육도 꾸준히 진행되면서 실적을 내긴 했지만 효율성에 한계가 있어 예산이 삭감됐다”며 “현장에서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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