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삼성중공업서 잇단 비극
이달에만 사망자 3명으로 늘어나
협력업체 20~30대 청년 2명 포함
사업장 내 안전 관리 소홀 재해 원인
"안전 관리 체계 대대적으로 손 봐야"

경남지역 대형 조선소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새해가 밝은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한화오션(2명)과 삼성중공업(1명) 거제사업장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가 3명이다. 조선·해양 전문기업인 고성 SK오션플랜트에서는 에틸렌 가스 누출 사고로 1명이 다치는 일도 있었다. 전면적인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한화오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한화오션

◇왜 사고 반복되나 = 최근 조선소에서 잇따른 중대재해는 미흡한 안전 관리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그럴듯한 안전 지침은 세웠지만 정작 일터에서 적용은 느슨하다.

지난 24일 오후 선체에 붙은 이물질을 떼어내려고 물속에 들어갔다가 사망한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는 업무 지침상 잠수 작업에 투입될 작업자가 아니었다. 사측은 해당 공정을 맡긴 외주 업체에서 잠수 작업에 투입되지 않아야 할 작업자를 투입한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한 2인 1조 작업 지침 준수 여부에 대해서는 노사가 견해 차를 보이고 있다. 사측은 잠수 작업자 2인에 지상 구간 감시인 1인을 배치한 만큼 위법 사항은 없다고 해명했다. 노조는 잠수 작업자 2인이 서로 보조를 맞추며 위험 요인을 관리하는 작업 방식이 아니라 각자 따로 이물질을 제거했다며 이 작업 방식은 지침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는 추가 조사에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최진우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대외협력실장은 “현장에서는 2인 1조 작업이 잘 지켜지지 않는 편”이라면서 “사고를 막을 안전 조치가 진행된 이후에 일이 재개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진수를 얼마 남겨두지 않는 등 공정이 바쁘면 혼재 작업도 이뤄져 노동자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되풀이되는 비극 = 지난 18일 오전 삼성중공업에서 발생한 계단 추락 사고 현장에는 미끄럼 방지 장치가 없었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 내부 계단에서 미끄러져 추락하는 사고로 1명이 중상을 입었지만, 유사 사고 이후로도 사측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달 중대재해가 일어난 사업장은 고용노동부가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려 지금까지 아무런 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최길연 삼성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고 사측에 끊임없이 요구해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대내외적으로 안전 조치를 했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는 오로지 생산성과 이윤만 강조한다”며 “조선업 호황이니까 안전시설 투자 대신 바짝 이익을 챙기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돌출구조물·추락 대비 경고 표시물을 설치하는 등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측 홍보팀 관계자는 “구체적인 재발 방지대책을 노동부에 전달했다”며 “하나하나 조처를 다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안전 점검 체계 붕괴… 재해 막으려면 = 노동계는 앞서 발생한 재해가 기본적인 안전 예방·점검 시스템이 무너진 탓이 크다며 철저한 재발 방지책 마련을 사측에 주문했다.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한화오션이나 삼성중공업 같은 큰 사업장은 어느 정도 사고를 막을 안전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그런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면서 “안전 관리 체계를 구현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조적으로 사고 예방 장치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를테면 불법 파견 시비를 없애고 원·하청이 안전보건교육을 같이 받거나, 공동으로 사업장 내 안전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사업장 내에서 원청이 아니라 도급 사업주가 고용한 노동자들에게 발생하는 산재는 고용 형태나 원·하청 관계 자체가 문제 원인일 수 있다”면서 “원·하청 관계 때문에 발생한 사고라면 그 구조 속에서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청노동자가 일하는 곳은 안전 문제가 방치되고 있다”며 “사업장 내 고용관계 등 구조적인 문제가 맞물려 사고가 일어나는 만큼 고용관계가 복잡해지는 상황에 맞는 원·하청이 함께하는 공동안전 보건관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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