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해운항공, 수정만 매립지 활용은 어떻게?
수정마을 주민 "남의 동네 와서는 부동산 투기"
헐값에 땅 샀는데...알 박기 의혹 점점 커져

“부산에서 출세하려고 하면서 남의 동네(경남) 와서는 부동산 투기를 하면 되겠습니까?”

수정만 매립지를 사들인 양재생 은산해운항공 회장이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지역주민 사이에서 성토가 나오고 있다. 양 회장이 수정만 매립지 활용 방안을 구체화하지 않고 있어서다.

29일 오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수정마을회관에서 지역주민들이 수정만 매립지 활용 방안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김다솜 기자
29일 오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수정마을회관에서 지역주민들이 수정만 매립지 활용 방안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김다솜 기자

이수강 수정마을 기업 및 고용기관 유치 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은 “양 회장은 수정만 매립지 활용 방안을 용역을 맡겨서 찾아보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진척이 없다”며 “아직 활용 방안을 내놓지 않는 것은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땅을 사들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사무국장은 “한 기업이 사들여서 체계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분할 매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 필지씩 쪼개서 팔면 마을에 어떤 업체가 들어올지 알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수정마을 주민으로 꾸려진 추진위는 은산해운항공에 수정만 매립지 활용 방안을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은산해운항공은 지난해 4월 수정만 매립지(21만 44㎡)를 360억 원가량에 사들였다.

은산해운항공은 용역을 맡겨서 방향성을 잡겠다고 밝혔으나 1년 가까이 말이 없다. 물류단지가 들어온다더라, 분할 매각으로 쪼갠다더라, 다른 회사에 팔아넘길 준비를 한다더라는 소문만 무성하다.

수정만 매립지는 세 번이나 유찰되면서 땅값이 크게 내려갔다. 은산해운항공은 공시지가 592억 원보다 232억 원 낮은 360억 원에 땅을 살 수 있었다. 공시지가보다 헐값에 땅을 샀기 때문에 ‘알 박기’를 하고서 차익을 노린다는 얘기가 돌았다. 은산해운항공에서 수정만 매립지를 사들이고도 활용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 알 박기 의혹은 커지고 있다.

양 회장은 지난 23일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부산 지역 상공인의 대표가 되어 지역 경제를 일으키겠다면서 나섰다. 은산해운항공에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으나 담당자는 “알지 못한다”고 답을 피했다. 양 회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답은 없었다.

배종한 수정마을 이장은 “경남 함양이 고향인 양 회장이 부산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수정만 매립지 계획도 분명하게 밝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6년 당시 마산시는 수정만 매립지에 STX 조선기자재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지역주민들은 찬반으로 나뉘었다. 끝내 STX 조선기자재 공장 유치는 무산됐고 이 과정에서 지역 공동체는 훼손됐다. 수정만 매립지로 갈등을 겪은 과거가 있는 만큼 지역주민들은 터 활용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지역주민 김종년(86) 씨는 “어쨌든 여기 사람이 살고 있으니 마을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고민해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은산해운항공에서 땅을 사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도 답을 들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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