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교사 얼굴 합성사진 퍼트려 공유
사과로 마무리하다가 추가로 피해 확인
학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로 사안 심의
학부모들, 정서적 학대 주장 경찰에 고소

교원단체들 공동체 인식 개선·법 보완 요구
도교육청 "해당 교사 보호·지원 이어갈 것"

경남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사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만들어 퍼트리는 등 교육활동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 사안은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학생들의 사과 등으로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교사는 추가 피해를 인지해 교권보호위원회를 재요청하고 학부모들은 이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초교 6학년 담임교사인 20대 남성 ㄱ 씨는 지난해 12월 15일 여성 신체에 자신의 얼굴이 합쳐진 사진을 학생들이 공유하며 비웃는 것을 확인했고, 학교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애초 ㄱ 씨는 교육적 지도를 마음먹고 교권보호위원회 요청을 취소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사과 편지를 쓰면서 일부가 자신에게 손가락 욕설을 했던 사실 등도 알게 된 ㄱ 씨는 지난 10일 다시 교권보호위원회를 요청했다. 이후 학부모 3명이 ㄱ 씨가 정서적 학대를 했다고 주장하며 자녀 이름으로 지난 17일 김해중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25일 오후 학교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렸다. 교권보호위원회 결과는 비밀 보장이 원칙이어서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초등교사노동조합(위원장 정수경)은 이 초교 정문 앞에서 교권회복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경남과 수도권 등 초교 교사 20여 명이 모였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25일 오후 경남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교권 회복을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초등교사노동조합이 25일 오후 경남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교권 회복을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노조는 "용서하는 마음으로 한 교권보호위원회 요청 철회가 무색하게 추가 침해가 발각됐고, 되레 선생님이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당했다"며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아동학대 금지 조항이 학교 현장에서 악용돼 교사 괴롭힘과 교육 방해용으로 어떻게 쓰이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짚었다.

이어 "경찰에서 전한 혐의는 '여름에 에어컨을 잘 안 틀어줬다', '수학여행 때 통제가 심했다', '청소를 과도하게 시켰다', '요말고 다나까를 쓰라고 했다' 등이었다"며 "이런 것이 아동학대라면 누가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가 있단 말인가"라고 따졌다.

해당 교사는 호소문에서 "학생들에게 원망은 없다. 아직 어리고 배우고 성장하는 시기이니 올바른 가르침을 주고 싶다"며 "학부모, 학교 공동체가 함께 애써야 한다. 잘못한 것을 바로잡지 않는 교육은 죽은 교육"이라고 말했다.

교원단체들은 이 사안을 계기로 교육공동체 인식 개선과 법제도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미숙 초등교사노조 정책실장은 "아동학대 의심 정황만 있어도 신고할 수 있고, 신고를 당한 쪽에서는 심리적으로 커다란 압박을 느낀다"며 "지속성, 반복성 등 요건을 강화해 신고가 남발되지 않게 하고, 무고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수 경남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학교에서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사건이 일어나면 사건을 묻어버리려는 분위기가 있다"며 "가해자 쪽이 교권침해 행위를 진솔하게 사과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교사에게 피해가 크고 트라우마가 남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성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 정책실장은 "그동안 아동학대 신고가 교사에게 앙갚음, 보복성으로 이뤄진 것이 많았다"며 "허위 신고 또한 교사가 지도하는 반 아이들, 학교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다. 이를 좀 더 견제하고 처벌할 근거가 마련되지 않으면 이 같은 문제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도교육청은 지난달 말부터 특별휴가, 상담 등으로 해당 교사 보호 조치를 하고 있다. 경남교육청 학교혁신과 담당자는 "앞으로도 교사 보호·복무·심리 지원 등을 이어갈 것"이라며 "교권보호위원회에 법률 지원 변호사 1명을 보냈고, 신속지원팀을 가동해 지역 교육지원청 사안 조사, 해당 교사와 문답 등으로 상황을 파악했다. 아동학대 신고가 되면 7일 이내 교육감 의견서를 제출해야 해서 오늘(25일) 경찰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노조에서 요구하는 아동복지법상 신고 남용 개선은 함께 방안을 찾고, 학부모·학생 교육은 강화하면서 갈등 중재에도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동욱 기자 ldo32@idomin.com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