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먼드 축제장 가족 서커스. /박미희 여행가
리치먼드 축제장 가족 서커스. /박미희 여행가

3월 25일.

오늘은 숙소 이사하는 날이었어요. 묵고 싶었던 숙소가 6일이 다 안 돼서 다른 곳에서 2박을 했거든요. 

택시를 타고 새 숙소 오는 길에 보니 토요마켓이 열린 것 같아요! 체크인 시간이 멀어서 가방만 넣어 놓고 마켓으로 가보았어요. 아니나 다를까 재밌는 마켓이 펼쳐지는군요! 일단 음악부터 신이 납니다. 뭘 살 수는 없지만 기웃기웃 여기저기 돌아봅니다. 그러다 직접 만든 태즈메이니아 마그넷도 하나 사고요, 커피랑 빵도 사서 공원에서 여유를 부려 봅니다.

◇현지에서 생긴 벗 '현지'

그러다 생각난 현지. 마침 쉬는 날이라고 기꺼이 온다고 합니다. 귀찮을 법도 한데 기특하기까지 합니다.

현지를 기다리며 야외공연 구경도 하고요. 함께 질투(군것질 투어)도 하며 잔디밭에 앉아 이야기도 나눴어요. 체크인 시간이 돼서 현지랑 숙소로 함께 가서 체크인한 다음에 또 시내로 나왔어요. 어디 가고 싶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가까운 곳에 있는 태즈메이니아 박물관 겸 갤러리에 갔어요.

넓진 않아도 과거 태즈메이니아의 여러 가지를 볼 수 있는 곳이었어요. 

그리고 이 지역 사람들이 간다는 다른 곳으로 나를 데려가 주었어요. 이름은 까먹었네요. 이곳은 주말에 현지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래요. 현지 아니었으면 못 와볼 곳이죠.

그리고 현지가 한잔 사주겠다고 해서 들어간 바. 현지는 미모사, 전 맥주. 감자튀김도 곁들이고요.

이렇게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리고 모레 휴온빌에 함께 가기로 약속도 하고요.

현지는 저녁에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헤어지고 전 살라망가를 다시 구경하러 다녔어요. 

오늘은 그래도 일찍 숙소로 왔어요. 

숙소에서 보이는 파티장과 해넘이. /박미희 여행가
숙소에서 보이는 파티장과 해넘이. /박미희 여행가

3월 26일.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보냈어요. 리치먼드를 다녀왔거든요. 일찍 다녀오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좀 일찍 출발했어요. 여긴 주말과 평일 버스 시간이 달라서 신경을 써야겠더라고요. 

무사히 버스를 타고 출발했어요. 펼쳐지는 풍경들이 여전히 좋네요. 너른 들판에 양 떼와 소들이 노닐고 여긴 포도나무가 많이 보여요. 또 과수원들도 보입니다.

리치먼드는 그렇게 멀지 않았고 30분 남짓 걸린 것 같아요. 여기는 버스를 탈 때 운전기사가 직접 돈을 받아요. 그러느라 시간이 더 걸리더라고요.

 

친구 사귀어 갤러리 둘러보고

다음 날 버스 타고 리치먼드로

우연히 북적이는 지역축제 접해

내용 몰라도 다채로움에 행복

 

◇리치먼드에서 만난 행운, 지역 축제

리치먼드에 도착하자마자 어디서 브라스밴드 연주 소리가 났습니다! 엥! 얼른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보니 낮은 펜스를 쳐 놓고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어요. 입구로 가니 돈을 받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돈만 내면 들어갈 수는 있어서 5달러를 내고 들어가 보았어요.

이런 행운이 또! 물어보니 무슨 페어이고 큰 축제인 것 같았어요. 팸플릿을 보니 시간별로 공연을 여러 가지 하나 봐요. 지금은 밴드 연주 시간이었고요.

커피도 마시고 여기저기 보니 음식 등 여러 가지를 가지고 나와서 팔고 있었고 어린이들을 위한 것도 많았어요.

무슨 승복을 입고 스님 같은 분들도 보여서 흥미로웠습니다. 저 사람들은 뭐 하는 거냐고 물으니 팸플릿의 시간표를 가리키며 라이언 댄스를 할 거랍니다.

그러더니 리치먼드 시장 같은 사람, 우리로 치면 내빈 같은 분이 앉고 스님들이 들어오고 엄청 엄숙하게 북도 울리고 기도도 올리고 암튼 새로운 경험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북청사자탈춤과 같은 것을 스님들이 추더라고요. 그러더니 어느 여승이 칼춤도 추고 진짜 뭐지 싶은 행사였답니다. 

일단 거기까지 보고 저는 리치먼드 다리를 보러 갔어요. 이곳은 19세기에 만들어진 작은 도시이고 이 다리도 호주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졌고 지금도 차가 운행되고 있었어요. 작지만 정말 아름다운 다리입니다.

호주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성당. /박미희 여행가
호주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성당. /박미희 여행가

그리고 호주에서 젤 오래되었다는 성당에도 갔어요. 리치먼드 다리를 건너니 바로 있었어요. 아담하고 이쁜 성당입니다. 근처에 묘지도 있었고요.

사람들은 이곳 전체를 타임캡슐이라고 표현도 한대요.

유럽처럼 거창하진 않아도 마을 곳곳에 오래전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리치먼드 감옥은 그냥 겉에서만 보았고요, 호바트 시내를 작은 미니어처로 만들었다는 올드 호바트 타운은 완전 실망요. 돈은 비싸고 정말 작은 곳이었어요.

 

글로 표현 힘든 모나로마 뮤지엄

호바트 멋진 풍경에 흠뻑 취해

웰링턴 마운틴 풍경 기대했지만

비와 구름으로 가려져 아쉬움만

 

작은 시내 곳곳에 예쁜 가게들이 있어서 구경도 했답니다. 그러고도 차 시간이 남아서 다시 행사장으로 갔죠. 아까 표를 보여주니 들어가랍니다. 

우리나라의 각설이같이 일부러 남루하게 입고 가족 서커스를 하고 있었어요. 익살스러운 연기와 행동에 아이들은 너무 재밌어했고요. 그때까지도 고승 등 모든 승려가 남아 있는 것도 신기했어요.

팸플릿 내용을 보니 클라렌시에서 주최하는 마을 행사이고 캐서린 미거라는 사람을 기억하는 내용도 있고 그런 것 같은데 왜 승려들은 그렇게나 많이 와서 끝까지 행사에 참여하는 것인지 지금까지도 모를 일입니다.

리치먼드 동네가 너무 작아서 축제가 없었다면 다소 지루할 뻔했는데 축제에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은 하루였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였어요.

3월27일.

오늘은 원래 휴온빌이라는 곳을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내일 비 소식이 있어서 급히 웰링턴 마운틴에 먼저 가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먼저 바닷가를 어슬렁어슬렁하며 구경하다 어느 건물 안 구경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거기서 모나뮤지엄 가는 티켓을 팔더라고요. 모나로마라는 뮤지엄이 좋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가지를 못하고 있었거든요.

◇페리 타고 가본 모나로마 뮤지엄

모나 뮤지엄은 데이비드 월시란 사람이 도박해서 번 돈으로 자기 와이너리에 죄책감으로 지은 뮤지엄이라죠. 그래서 거기 먼저 가기로 급히 결정.

예비군 복장 같은 무늬의 배가 늘 보이더니만 그게 모나로마 뮤지엄 가는 배인 줄은 며칠 만에 알았지, 뭐예요.

오늘은 처음으로 날씨가 흐립니다. 그래도 기분만은 맑음입니다. 양쪽엔 호바트의 멋진 풍경이 펼쳐지고 강인지 바다인지 가르며 달려가는 배가 역동적입니다.

30분을 달려서 모나로마 박물관에 도착했고 야외 관람이 시작되었어요. 경치도 작품도 정말 멋집니다.

거의 철재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보였고 크기도 엄청나게 큽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지하에 규모가 엄청나게 크게 만들어져 있더라고요. 자칫하면 길을 잃을 수도요.

그림보다 설치 작품들이 많았고 상상력이 장난이 아니었답니다. 글로는 설명이 힘들고 기회가 되시면 꼭 한번 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테즈마니아뮤지엄겸갤러리.
테즈마니아뮤지엄겸갤러리.

이렇게 모나로마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페리를 타고 호바트항으로 돌아왔어요. 일단 숙소로 가서 노랑 재킷을 바꿔 입고 웰링턴 마운틴으로 출발했어요. 원래는 예약해야 하는데 오늘은 평일이라서 예약 안 해도 됐고 그냥 버스에서 돈을 내면 된대요.

날씨가 흐려도 호바트 시내는 밝아지고 있었는데 산으로 갈수록 산 할아버지가 꼭대기에 구름 모자를 두껍게 쓰고 계시더라고요. 제발 벗겨져라 했는데 꿈쩍을 안 하더라고요. 날씨가 좋으면 호바트 전경과 멀리 바다까지 정말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고 해요.

그래도 정상에서 이슬비 속에 사진은 몇 장 찍고 아쉬운 발걸음을…. 40달러 주고 갔는데 아무것도 못 보고요.

그래도 구름을 뚫고 내려오는 길에 시야가 트이는 곳에 세워 주셔서 사진은 몇 장 찍었답니다.

역시 여행은 날씨가 도와줘야 한다는 것을 다시 느끼며 그동안 좋았던 날씨에 감사함을 느끼는 하루였어요.

/박미희 여행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