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경남교육청 서류 정보공개 청구
창원지검과 달리 사용처 상호 가리지 않아
도청, 결제일시 담긴 영수증 대부분 없어
교육청, 참석자 명단 첨부...일부 두루뭉술
연간 집행계획에 따라 균형 잡은 지출 필요

국민이 낸 세금인데도 단체·기관장 또는 공무원이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주머닛돈'. 업무추진비에는 이 같은 비판이 따라붙습니다. 지금처럼 자세한 사용 내역이 누리집에 공개되기까지 시민단체와 언론은 주먹구구식 집행을 지적하고 투명성을 요구했습니다. 창원지방검찰청 역시 '사전정보공표대상'으로 검사장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2010년부터 매달 누리집에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무추진비를 식비 따위로 과도하게 지출하는 관행 탓에 업무와 관련돼 있는지 명확하지 않고,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창원지검 명세서와 영수증은 역시나 먹칠로 가린 부분이 많아 예산을 제대로 쓰는지 따져보기 어려웠습니다. 창원지검 자료가 인근 경남도청이나 도교육청과는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봤습니다.

경남도가 공개한 업무추진비 지출결의서. ‘민선 8기 주요성과 및 향후 도정운영 방향 홍보를 위한 간담회’로 창원시 한정식집에서 46만 원을 지출한 기록이다. 창원지검과 달리 사용처 이름 등을 먹칠로 가리지 않았다. 취재진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일부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경남도가 공개한 업무추진비 지출결의서. ‘민선 8기 주요성과 및 향후 도정운영 방향 홍보를 위한 간담회’로 창원시 한정식집에서 46만 원을 지출한 기록이다. 창원지검과 달리 사용처 이름 등을 먹칠로 가리지 않았다. 취재진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일부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경남도민일보>는 경남도와 경남도교육청에 업무추진비 상세 자료를 공개해달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도지사와 부지사, 교육감의 업무추진비 세부 지출 현황과 영수증을 각각 요구했는데, 검찰 주장처럼 오래된 영수증이 지워진 상태로 남아 있을지 궁금해 2017년 12월 한 달치와 최근 자료가 과거와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고자 2023년 7월 한 달치를 대상으로 삼았다.

흐리거나 먹칠 된 자료는 전혀 없었다. 대부분 전산화한 덕에 너무나도 선명하게 인쇄된 자료와 영수증을 받을 수 있었다. 더구나 창원지검은 먹칠로 가려버린 업무추진비 사용처, 즉 식당이나 마트 등 이름도 그대로 공개됐다. 업무추진비 서류에 기록한 사항도 경남도와 도교육청은 창원지검보다 세밀했다.

다만 경남도와 도교육청 업무추진비 자료에도 차이가 있었다. 경남도는 지출 건당 지출결의서 1장만을 공개했고, 일부만 매출전표를 첨부했을 뿐 영수증은 빠져 있었다. 반면 도교육청은 지출 건당 작성한 여러 결의서를 공개했고, 참석자 명단을 첨부하는 등 기록 사항이 더 많았다.

◇먹칠 없는 자료·영수증 = 취재진은 창원지검이 공개한 업무추진비 자료처럼 경남도와 도교육청에 지출원인행위서, 지출결의서, 지출결의명세서, 영수증 일체 제공을 요청했다. 한 달 만에 각각 자료를 받았는데, 경남도는 전자파일로, 도교육청은 자료량이 많다며 사본·출력물로 공개했다.

경남도는 지출결의서에서 담당 과가 사용한 자치단체 구매카드와 연결된 계좌번호까지 가리지 않았다. 도교육청은 계좌번호, 카드번호 등을 개인정보라며 비공개했다.

시기별 지출 건수와 총사용액을 보면 경남도는 2017년 12월 41건(2690만 3900원), 2023년 7월 85건(2853만 1200원)이었다. 도교육청은 2017년 12월 4건(209만 9000원), 2023년 7월 17건(454만 4400원)이었다.

도청과 도교육청 모두 요청 부서명과 결재 부서·담당자·과장까지 모두 실명을 남겼다. 요청 부서와 공급자에 '공무원'이라고만 남긴 창원지검과는 달랐다.

◇도청, 영수증 없고 참석 명단도 없어 = 도청은 지출결의서 한 장에 지출 건명, 거래처 상호·주소·대표자 성명까지 모두 담았다. 금액은 총액과 함께 공급가액·부가세액까지 나눠 기록했고, 거래 유형과 증빙 구분에는 대부분 '계좌이체', '자치단체 구매카드'라고 적었다. 문서 가장 아래쪽에는 경남도 행정과 일상경비 출납원이 '경상남도 금고' 앞으로 해당 금액 지급을 요청하는 날짜도 적혀 있다.

도청 자료에는 결재 일자, 원인행위 일자, 지출결의 일자를 구분해 기록했지만, 정작 실제 결제한 날짜와 시간이 담긴 영수증이 대부분 없었다.

행정안전부 예규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을 보면 업무추진비 집행 때는 집행 목적, 일시, 장소, 집행 대상 등을 증빙서류에 기재해 사용 용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또 건당 50만 원 이상이면 주된 상대방 소속 또는 주소와 성명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도청은 2023년 7월 12일 창원시 진해구 명동 한 횟집에서 '경상남도 시장군수 정책회의 협력 안건 논의 간담회'로 시책추진 업무추진비 178만 원을 도지사가 예금주인 자치단체 구매카드로 썼는데 참석자 기록이 없었다.

같은 달 27일 창원시 성산구 신월동 한정식집에서 '기업현안 청취 및 지역경제 발전방안 논의를 위한 간담회'로 98만 원이 도지사 구매카드로 결제됐다. 50만 원 이상이지만, 참석자 명단은 첨부돼 있지 않았다. 영수증도 없어 결제 시간을 알 수 없었다.

경남도 행정과는 같은 날 오후 8시 56분 이 한정식집에서 '방산부품연구원 설립을 위한 간담회'로 33만 원을 자치단체 구매카드로 썼다. 이는 카드 매출전표가 첨부돼 있어 결제 시간을 확인한 사례다.

또 같은 달 7일 '민선8기 경남도정 출범 1년 평가 및 향후 경제도약 논의 간담회'로 46만 9000원이 도지사 구매카드로 지출됐다. 장소는 오후 5시 영업을 시작하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고깃집으로 술을 함께 마신 저녁 자리로 짐작되지만, 영수증이 없었다.

2023년 7월 7일 17건과 7월 27일 16건, 2017년 12월 21일 21건 등으로 한날 여러 건을 지출·기록한 경우도 자주 발견됐다. 행안부 예규를 보면 기관장 업무추진비 집행잔액 소진을 위해 실·과·소별 할당 또는 선심성 연말 송년회식, 직원 선물 구입 등으로 '연말 예산 몰아쓰기'가 발행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앞서 도청은 2017년 12월 21일 자로 작성한 도정협의 기관방문 등 방문기념품 구입(425만 원)을 비롯해 △하동갈사만 개발관련 현안논의 간담회(43만 원) △지방이양 관련 정책개발 간담회(48만 원) △남부내륙고속철도 관련 현안협의 간담회(47만 7000원) △저소득층 복지정책 효율화 방안 논의 간담회(45만 원) 등 간담회 18건까지 합쳐 모두 976만 6500원을 지출한 바 있다.

같은 달 28일 오후 5시 47분 '2017년 하반기 퇴임식 참석자 오찬'으로 창원 대원동 한 뷔페에서 300만 원을 결제했는데, 많은 사람이 다녀갔을 이 행사 역시 참석 명단이 없는 데다 연말 몰아 쓴 흔적으로 볼 수 있다.

기관운영·정원가산·시책추진업무추진비는 연간 집행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라 월별 또는 분기별로 균형 있게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경남도교육청이 공개한 업무추진비 지급결의서. 구체적 행사 일정, 참석 대상과 인원수까지 기록한 점이 눈길을 끈다.
경남도교육청이 공개한 업무추진비 지급결의서. 구체적 행사 일정, 참석 대상과 인원수까지 기록한 점이 눈길을 끈다.
경남도교육청 업무추진비 영수증. 창원지검에서는 먹칠로 가렸던 상세 품목과 결제 시간이 모두 그대로 공개됐다.
경남도교육청 업무추진비 영수증. 창원지검에서는 먹칠로 가렸던 상세 품목과 결제 시간이 모두 그대로 공개됐다.
경남도교육청이 공개한 업무추진비 첨부자료. 50만 원 이상 지출이어서 이처럼 참석자 명단을 첨부했다.
경남도교육청이 공개한 업무추진비 첨부자료. 50만 원 이상 지출이어서 이처럼 참석자 명단을 첨부했다.

◇도교육청, 참석 대상 기록 눈길 = 도교육청은 일반 지급결의서와 원인행위명세서, 결의명세서, 매출전표와 영수증 등 첨부 자료를 공개했다. 특히 도교육청은 구체적 행사 일정, 참석 대상과 인원수를 기록했고, 자세한 품목까지 적은 영수증을 첨부했다.

2023년 7월 3일 정오께 창원시 성산구 용호동 한정식집에서는 '교육감 주관 신임 국·관·과장 환영 오찬 경비'로 75만 원(3만 원 점심 특선 25명분)을 총무과 카드로 지출했다. 교육감, 부교육감, 국장, 비서실장, 7월 1일 자 신임 국·관·과장(서기관 포함), 수행·행사 지원인력 등 총 25명이 참석했으며, 50만 원 이상 지출이어서 참석자 소속과 직위를 담은 명단이 첨부돼 있었다.

도교육청은 2017년에도 참석자를 비교적 꼼꼼히 기록했다. 2017년 12월 18일 오후 7시 58분 창원시 신월동 한정식집에서 '학교급식관련 업무 간담회비 지급(1)' 건으로 48만 원을 결제했는데, 참석 대상은 교육감, 교육복지과장, 급식운영담당팀, 급식지원담당팀, 정책담당사무관, 정책담당장학사, 수행비서 등 16명이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구체적이지 않은 기록도 있었다. 2023년 7월 17일 오후 7시께 '2023년 하반기 행복교육지구 운영 방안에 관한 논의를 위한 업무 협의회비 지급' 건으로 44만 3600원을 썼는데, 19명이 참석했으나 '교육감, 비서실 장학관, 관계자 등'이라고만 적었다.

특히 이 건은 창원시 용호동 숯불치킨집에서 프라이드 5개(2만 원)와 양념 5개(2만 1000원), 용호동 할인마트에서 빵·과일·과자·견과류·음료수·소시지를 따로 산 것으로 기록돼 있다. 저녁 다과회로 추정된다.

같은 달 20일 오후 6시 28분 창원시 용호동 돼지고기구이집에서는 '경남교육 언론 보도현황 점검 및 논의를 위한 업무 협의회비'로 18만 원을 결제했다. 6명이 참석했는데, 대상은 '비서실장, 관계자 등'이라고만 나온다. 저녁 자리로 보이지만, 상세 품목은 '삼겹살(1만 2000원) 8인분, 목살(1만 2000원) 7인분'이라고만 적혀 있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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