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과방위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국정감사서
이상률 항우연 원장 "우주청 R&D 반대 안 한다"
"한울타리서 30년 역량 유지, 입지 섞지 말기를"
이재형 추진단장 "설립 후 직속화 제1과제 검토"
정부, 기존 'NST 산하 유지' 방침에서 선회 시사
하영제 "출연연 대전 입지, 우주청은 다른 R&D"
조성경 과기부 차관 "출연연 우려 안 해도 된다"

우주항공청이 설립되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을 우주항공청 ‘직속기관’으로 두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항우연과 천문연이 국회에 제안한 사안이다.

두 연구기관을 우주항공청이라는 한울타리 안에 두고 중복 연구·개발(R&D)을 줄이려는 더불어민주당 핵심 견해이기도 하다. 그동안 여야 간 이견을 보였던 항우연·천문연 직속기관화 관련 정부 공식입장이 확인되면서 우주항공청 설립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주항공청 R&D 반대 안해” =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53개 과학분야 기관·단체를 대상으로 24일 대전에서 열린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우주항공청 설립과 R&D 직접 수행 여부를 두고 집중 질의가 이어졌다. 현재 야당은 항우연·천문연 등 기존 우주분야 R&D 수행기관과 우주항공청 간 업무 중복을 이유로 R&D 직접 수행을 반대하고 있다.

이날 장제원(국민의힘·부산 사상) 과방위원장은 이상률 항우연 원장에게 우주항공청에서 R&D를 기획하고 큰 틀을 주도하도록 하는 데 견해를 물었다.

 

24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원장은 “저희(항우연·천문연)는 우주항공청이 R&D 기능을 갖는 데 반대한 적이 없다. 분명히 말씀드리면 우주항공청은 R&D 기능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R&D를 잘하려면 우주항공청이 이를 총괄하고 기획·정책 수립을 넘어 실제 실행까지 해도 되는데, 국가에서 30년을 투자한 항우연과 천문연은 다른 쪽에 두고 한다 하니 그걸 한울타리에 들고 들어가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라고 밝혔다.

항우연과 천문연 모두 우주항공청 ‘직속기관화’를 피력한 가운데 이들 기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유지를 줄곧 주장해 온 정부 또한 태도 변화 의사를 나타냈다.

박찬대(민주당·인천 연수 갑) 의원은 “최근 윤석열 정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은 항우연과 천문연의 NST 산하 유지 여부를 번복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방침인지 물었다.

이재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은 “지난 7월 말 (정부는 두 연구기관을) NST에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국회 과방위 안건조정위 논의 과정에서 두 기관장이 우주항공청 직속기관화를 제안했다”며 “우주항공청이 설립되면 (직속기관화를) 첫 번째 과제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항우연·천문연 우주항공청 직속기관화 추진 방침을 밝힌 셈이다.

◇정부 입장 변화 = 애초 과기정통부는 우주항공청을 설립해도 두 연구원을 지금처럼 NST 산하로 유지한다는 태도였다. 우주항공청이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선도 분야 개념적 R&D를 수행하되 이를 실행하는 연구가 필요할 때 항우연 등 연구조직을 외부 임무센터로 지정하는 형태다.

과기정통부는 우주항공청을 300명 규모로 꾸리고, 이 가운데 200명을 R&D 인력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R&D 옥상옥’이라며 반대했다. 그러면서 항우연·천문연이 제안한 대로 우주항공청 직속기관화에 힘을 실어왔다. 이날 국감에서 과기정통부가 ‘직속기관화’를 공개적으로 밝힌 건 국가출연연구원 요구를 검토하겠다는 여지를 줘 여야 간 이견을 좁힘으로써 우주항공청 설립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재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 /연합뉴스
이재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 /연합뉴스

다만 과기정통부는 ‘직속기관화’ 검토 시점을 우주항공청 설립 이후로 밝혔다. 직속기관화를 명확하게 법제화하지 않으면 야당 반대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여당은 이 사안이 ‘당장 실질적으로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장제원 위원장은 이 원장에게 “일단 시작하는 우주항공청에 기획·설계 R&D 기능을 두고 항우연이 (실행 분야) R&D를 전담하는 정도로 시작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 원장은 “일단 그렇게 시작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역 문제와 R&D 문제를 섞진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관련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상 우주항공청이 자리할 사천을 지역구로 둔 하영제(무소속·사천남해하동) 의원은 “항우연 일각에서 걱정하는 대로 혹시 연구원을 통째로 사천으로 옮기거나, 항우연 연구기능을 우주항공청이 독립적인 연구 기능을 수행하면서 잠식하거나 하는 우려는 없지 않으냐”고 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에게 물었다. 조 차관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이에 항우연 원장에게 “(입지 부분은) 걱정하지 마라”고 강조했다.

여야는 지난 5일 과방위 안건조정위에서 우주항공청을 과기정통부 산하 차관급 기구로 만들기로 하는 등 대부분 사안에서 의견차를 좁혔다. 하지만 우주항공청에 독자 R&D 기능을 두자는 국민의힘과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민주당 의견차에 합의안 의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만약 항우연과 천문연이 우주항공청 직속기관이 된다면 중복 R&D 우려도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하영제 의원. /연합뉴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하영제 의원. /연합뉴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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