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골목에 아무것도 놓지 마라! / 허울 좋은 애도의 꽃도 놓지 마라! / 안전도 생명도 탐욕이 덮어버린 이 나라에 / 반성 없는 어른들 끝없이 원망케 하라! / 그리하여 아이들아, 용서하지 마라! / 참담한 부끄러움에 울고 있는 우리를…" 지난해 10월 29일 일어난 이태원 압사 사고 이후 창원촛불시민연대에서 활동하던 김의곤(58·함안) 씨가 쓴 '미안하다, 용서하지 마라'는 시 일부다. 이 시는 당시 배우 정우성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18일부터 올해 3월 28일까지 100일 동안 창원시 성산구 시청사거리와 의창구 소계광장에서 '윤석열 퇴진'을 내걸고 아침마다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는 시위 후 매일 누리소통망에 글을 올렸고, 이 글들을 모아 최근 <에이~ 미친놈아!>라는 책으로 엮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출판한 책에는 1인 시위 중 사색과 성찰한 내용을 담은 시 100편과 별첨 글 5편이 담겼다.

"두 달여 전, 첫인사는 강렬했다. 아무도 창을 내리지 않는 맹렬한 추위 속에 바바리맨(?)처럼 홀로 창을 내리고 '에이~ 미친놈아~!' 반응할 겨를도 없이 짱돌 같은 인사만 남기고 사라졌다. (중략) 비장하게 준비했던 가운뎃손가락이 다른 손가락까지 불러 세우고선 손들어 '좋은 하루'를 싱그럽게 외쳐준다. 생략된 '되세요'는 소심한 자존심이다. (중략) 그랬던 그가 오늘 아침 멋쩍게 손들어 보이며 눈을 맞춘다. 기다리는 봄만큼이나 기분 좋은 변화다. 그것이 값싼 연민이든 새털 같은 유대이든, 날갯짓임은 분명하다."

192쪽. 도서출판 더나은. 1만 1000원. 

/이서후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