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감독 의무 소홀한 원장 책임 무거워
교사 자격 박탈·어린이집 폐원 마땅해

평소 어린이집 교사와 간호사를 존경하는 직업으로 꼽아왔다.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나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돌보는 일이 나로서는 엄두도 못 낼 일로 여겨져서다. 그 어렵고 힘든 일을 해내는 이들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초중고 교사나 대학교수·의사들은 사회적 지위와 보상을 받는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어린이집 교사와 간호사는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20~30대를 비롯해 경력 쌓인 중장년까지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이 직업이 지금보다 더 대우받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최근 이들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우선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간호법이 폐기되면서 상실감이 클 간호사들에게는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반면 경남에서 발생한 어린이집 교사들의 행동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지난 16일 드러난 진주 장애전담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은 논란에서 끝낼 문제가 아니다. 폐쇄회로(CC)TV에 찍힌 교사들의 학대 모습은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장애아동은 사회적 약자 중의 약자가 아닌가. 생각이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가해진 폭행은 무자비했다. '신체적 촉구'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아동 15명에게 500여 차례에 걸친 '상습적인' 학대이기 때문이다. 이는 75일 치 영상에서 확인된 최소한의 수치일 뿐이다.

경남경찰청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보육교사와 원장 등 8명을 입건했다. 이 중 보육교사 2명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처벌 수위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런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원장에게 더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이자 관리·감독 책임자로서 의무를 방기했다. 상습 학대를 원장이 몰랐거나 뒤늦게 알았다며 발뺌하는 것은 이미 그 어린이집은 학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원장이 신경 쓰지 않으니 교사들도 대수롭지 않게 그런 행동을 일삼을 수 있었던 것이다.

비약일지 모르나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취지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중대재해처벌법 핵심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 확보 의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강력 처벌함으로써 재해를 예방하는 것이다. 중간관리자나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겨서는 산업현장에서 안전 체계가 개선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대한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따라붙는 구호처럼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궁극적으로 재발 방지가 목적이다.

학대 피해 학부모들은 지난 25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온라인 시스템에 '아동학대 관련자들 엄벌과 신상 공개 제도 신설'에 관한 청원을 올렸다. 가해 교사들이 자격 정지 처분 종료 이후에도 어린이집에 재취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간곡한 호소이다.

기관(법인)도 마찬가지 아닐까. 진주시가 뒤늦게 어린이집에 운영정지 6개월 행정처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폐원이 마땅하다. 장애아동이 안전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받도록 장애전담어린이집 확충과 아울러 국공립 전환이 필요하다. 갈 곳이 없어서 학대 어린이집으로 아이들을 보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봉화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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