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서 55년간 무료로 예식장을 운영하며 1만 4000여 쌍 부부를 무료로 결혼시킨 백낙삼 씨가 28일 별세했습니다. 향년 93세.

백 씨를 추모하며 그와 그의 가족을 인터뷰한 경남도민일보 기사를 추렸습니다. 2003년부터 2022년까지 5건입니다. 백낙삼 씨가 남긴 말들에서 그의 사명감과 철학을 되새겨 봅니다.

'“내 나이 이제 일흔 둘이요. 자식들 다 키웠고 할멈하고 나하고 살아가는데 돈이 무슨 필요 있겠소? 힘있을 때까지는 돈없어 결혼 못하는 사람들 결혼 시킬 것이오.”'

고 백낙삼 씨는 2003년 경남도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살아온 삶을 회상했습니다. 그의 나이 72세 때입니다. 그는 1963년 마산 창포동에서 단칸방을 구해 냄비 2개 숟가락 2개로 늦깎이 신혼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젊은 시절 '가난을 빨리 벗어 던지고 싶어서' 돈을 모아 사진관을 차리고 결혼식장까지 만든 이야기가 기사로 남아있습니다. ▶관련기사: 37년째 무료결혼식 올려준 백낙삼씨(2003년 12월 22일) 

 

2007년 12월 19일 자 경남도민일보 기사에 실린백낙삼, 최필순 부부 사진. /경남도민일보 DB
2007년 12월 19일 자 경남도민일보 기사에 실린 백낙삼, 최필순 부부 사진. /경남도민일보 DB

2007년 경남도민일보는 백 씨와 그의 아내인 최필순 씨를 함께 소개했습니다. 백 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을 유감없이 표현했는데요. 5월 21일 부부의 날에 백 씨가 아내에게 쓴 엽서 내용 일부가 기사로 남아있습니다. ▶관련기사: [인물]백낙삼 신신예식장 사장 (2007년 12월 19일)

'사랑하는 허니여! 너무너무 감사하오. 금과 옥을 드릴까요. 당신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드릴게요.'

 

2009년 01월 16일 기사에 실린 백낙삼 씨 사진. 백 씨가가 신신예식장 결혼식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백 씨의 열정은 팔순을 앞두고도 식지 않았었나 봅니다. 2009년 79세였던 백 씨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이미 1만 3000여 쌍의 부부에게 '희망'을 줬음에도 말이죠. ▶관련기사: [사람in]백낙삼 마산 신신예식장 사장(2009년 01월 16일)

백 사장은 "무료로 결혼한 사람들로부터 고맙다는 편지를 받았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고 아직 그들의 편지를 간직하고 있다"며 "이 일은 하늘로부터 받는 나의 임무이며 다시 태어나도 같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24일 인터뷰 중 예식장 카메라와 함께 포즈를 취한 백낙삼 사장. /박일호 기자 iris15@
2014년 12월 24일 경남도민일보 인터뷰 중 신신 예식장 카메라와 함께 포즈를 취한 백낙삼 사장. /경남도민일보 DB
 2015년 2월 5일 자 경남도민일보 기사에 소개된 백낙삼 씨. /경남도민일보 DB<br>
 2015년 2월 5일 자 경남도민일보 기사에 소개된 백낙삼 씨. /경남도민일보 DB

"다들 (신신예식장이) 오래된 멋이 있다고 손대지 말라고 해요. 고전미가 있다고 하죠. 그 덕에 이렇게 영화에도 나오게 됐네요."

경남도민일보가 백 씨를 다시 만난 해는 2014년으로 그의 나이 84세 때입니다. 영화 <국제시장>에 그가 출연했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백 씨는 20대 때 영화배우를 꿈꾸기도 했다는군요. ▶관련기사: 영화 〈국제시장〉 출연 백낙삼 신신예식장 대표(2014년 12월 26일)

 

왼쪽 사진부터 지난 2014년 백낙삼 씨가 신신예식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년 7월 촬영한 신신예식장. 백 씨는 2022년 4월 뇌출혈로 쓰러졌다. /경남도민일보 DB

백 씨 아내 최필순 씨와 아들 남문 씨가 신신예식장 운영을 이어받았습니다. 2022년 4월 백 씨가 뇌출혈로 쓰러졌기 때문입니다. 최 씨는 "그럼에도 신신예식장은 운영할 겁니다. 예약자도 계속 받고요"라고 말했습니다. ▶관련기사: 그럼에도, 신신예식장 웨딩은 계속됩니다(2022년 7월 31일)

백 씨의 빈소는 마산의료원 장례식장 202호에 마련됐습니다. 발인은 30일 오전 9시 30분입니다.

/정리 김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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