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측이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배출과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 협조를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어민 반발과 야당 비판이 거세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31일 연이틀에 걸쳐 수입 금지 조치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멍게 수입 논란으로 극심해진 어민들 반발을 달래고자 수산인의 날(4월 1일)을 앞두고 지난 31일에는 통영을 방문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는 일본 제소에 2019년 세계무역기구(WTO) 2심 승소로 정당성을 확보했지만, 이는 잠정적 조치일 뿐이다. 오염수 해양 방류가 이루어지면 일본 정부는 노골적으로 수입규제 철폐를 요구할 공산이 크다.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방사성 오염수를 정화하고, 바닷물로 희석한 후 배출하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신뢰하기 어렵다. 바닷물로 희석해 버리더라도 방사능 총량에는 변함이 없다.

오염수를 방류하면 해류 영향으로 우리 영해도 피해를 입는다. 지난해 11월 제주연구원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83.4%가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했다. 소비 감소 폭은 44.6~48.8% 수준으로, 연간 피해액으로 환산하면 3조 7200억 원에 이른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객관적, 과학적인 검증과 한국 전문가 참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결과를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IAEA는 2021년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세계적인 관행과 일치한다'며 두둔했다. IAEA는 최종 보고서에서 일본에 유리한 결정을 내릴 공산이 크다.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는 것이 급선무다.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지 못하면 WTO 판결 승소 결과를 근거로 유지하는 수입 규제에 대한 법리적 논리가 사라질 수 있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 배출이 아니라 지상에 장기보관하도록 일본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오염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기 전까지 일본 오염수 방류를 저지해달라는 '잠정 조치'를 신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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