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 대일 굴욕외교 경남에도 후폭풍
원전 오염수 방류·멍게 수입 재개 불안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지난 주말 '창원특례시장배 전국사격대회'(29일~4월 4일) 공식 홍보 펼침막에 일장기가 쓰였다가 철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나라가 어찌 돌아가는지'라는 반응이 나왔다. 같은 심정이었다.

지난 16일 한일정상회담 이후 굴욕외교로 나라가 뒤숭숭한 판국에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상황인가. 104주년 3.1절 독립만세운동 기념 재현행사로 도내 곳곳에서 태극기가 휘날리는 3월 아닌가. 그런데 창원시내에는 욱일기가 연상되는 유니폼을 입은 일본 선수 사진이 실린 배너가 내걸렸다.

창원시는 대회를 주관하는 경남사격연맹에 책임을 떠넘겼다. 경남사격연맹은 홍보 디자인을 맡긴 외부 업체 탓으로 돌렸다. 있어서는 안 될 실수라고 인정하고 사과하기보다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대회인데 이렇게 허술하게 준비한단 말인가.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이런 무신경한 태도가 더 위험해 보인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은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져 피곤할 정도다. 최근 불거진 멍게 논란도 특히 신경 쓰인다. 멍게 산지 1번지 통영을 비롯해 거제·남해 등 주산지인 경남지역 현안이 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마침 제철인 멍게 수확에 바쁜 통영 어민들 모습을 TV에서 본 지 얼마 안 돼서인지 뒤통수를 맞은 듯한 타격감이 있었다.

일본 후쿠시마산 멍게 수입 재개를 요청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와 이를 부인하는 대통령실. 국민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먹을거리 문제를 놓고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현실, 일본 언론보다 한국 정부를 못 미더워하는 국민으로서 자괴감이 든다.

올해로 후쿠시마 핵사고 12년. 일본이 오는 6월 원전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출을 예고한 상황에서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은 윤석열 정부에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원전 오염수 방류와 수산물 수입 규제는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는 문제다. 정부는 2013년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가 지금도 유효하다고 밝히고,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도 대비해야 한다. 만약 대통령이 후쿠시마산 멍게 수입 요청을 들은 게 사실이라면 귀를 씻을 일이다. 그러고 보니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3월(2011.3.11)이었다. 잔인한 3월이다.

이번 멍게 논란을 보면서 오래된 우스갯소리가 떠올랐다. 직장 상사 리더십에 관한 4가지 유형 분류법이다. 똑부(똑똑하고 부지런), 똑게(똑똑하고 게으른), 멍부(멍청하고 부지런), 멍게(멍청하고 게으른). 똑게를 최상, 멍부를 최악으로 꼽는다.

싱싱한 통영산 멍게들을 위협하는 '물렁증'은 발병 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불치병이라고 한다. 멍게형 직원이 많은 조직도 흐물흐물해지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직 전체가 불치병에 걸리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멍부인지 멍게인지 아리송한 리더를 보고 있다.

/정봉화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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