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창원시청서 박물관 건립 관련 토론회
시장·건립자문위·시의원·교수 등 10여 명 참석
새 문화시설 필요...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홍 시장 "계획 종합검토...건립 여부 추후 결정"

창원박물관 건립 관련 토론회가 20일 창원시청 시정회의실에서 열렸다. /김구연 기자

창원박물관 건립 토론회에서 새 박물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또 나왔다. 박물관 성격 규정과 콘텐츠 구성을 끝내고 건축 설계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홍남표 창원시장은 박물관 사업과 관련한 여론을 듣겠다며 만든 공개 석상에서 문화시설을 짓기 전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강조했다.

◇“건립 필요성 꾸준히 제기돼온 박물관 지어야” = 임학종 전 국립김해박물관장(창원박물관 건립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0일 창원시청에서 열린 ‘창원박물관 관련 토론회’(창원시 문화유산육성과 주최)에서 “창원시에 박물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의견은 문화인들이 오래전부터 제시해왔다”며 “우리 역사를 알리고 정체성을 돋보이게 하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박물관 건립사업은 오랜 시간 거쳐서 진행한 끝에 문화체육관광부 조건부 통과를 받았다”며 “문체부가 조건부로 허가한 가장 큰 베이스는 특례시에 박물관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핵심은 역사 중심 박물관을 만들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창원은 특례시이긴 하나 창원, 마산, 진해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도시다. 문화 복합공간을 만들어서 3개 도시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박물관 조감도. 사업계획 변경으로 기존보다 규모가 크게 줄게 됐다. 창원시는 내년도 건물 설계용역 진행 여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홍남표 시정에서 박물관 건립사업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창원시
창원박물관 조감도. 사업계획 변경으로 기존보다 규모가 크게 줄게 됐다. 창원시는 내년도 건물 설계용역 진행 여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홍남표 시정에서 박물관 건립사업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창원시

임 전 관장은 또 박물관 내부 구성 관련 설계를 맡게 된다면 일주일 안에 모든 걸 다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본 콘셉트가 이미 다 나와 있는 데다, 특정 분야별 유물 등을 선별해 박물관 구성을 끝낼 수 있게끔 이미 준비를 끝낸 상태라는 취지다. 그는 그러면서 옆자리에 앉아있던 홍남표 시장에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장상훈 국립진주박물관장은 “사업 시의성은 물론 박물관을 어떻게 지으면 좋을지 건립과 관련한 시민 의사를 묻는 절차를 시가 밟은 것 등을 볼 때 그동안 창원시는 사업을 잘 추진해왔다”면서 “박물관을 짓는다면 수지맞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물관에 어떤 내용이 들어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박물관을 짓느냐’는 시장의 말씀은 대단히 옳고 타당하다”면서도 “자문위원회에서 용역을 거쳐 얻은 결과물이 있기에 그걸 토대로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내용을 갖춰나가는 걸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잇따른 박물관 성격 문제 = 최왕돈 창원시 총괄건축가(국민대 건축학부 교수)는 박물관 정체성을 확립한 다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먼저 건물을 만든 다음에 전시 콘텐츠를 무엇으로 할지 후에 고민하는 건 본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몇 분이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니 콘텐츠에 관한 명확한 동의가 없거나 확신이 없는 것 같은 분위기인데 이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영재 경남대 교수(문화콘텐츠학과)는 지금까지 진행한 박물관 성격에 관한 자료를 공유해야 앞으로 박물관에 어떤 문화 산업을 연결 지을 수 있을지 논의할 수 있다는 견해를 냈다. 그러면서 자문위원 등 토론회 참석자들이 그전에 있었던 논의 내용을 누구도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역사박물관으로서 어느 정도 제한이 돼 있는데 그 상태에서 어떤 콘텐츠를 넣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사실 앞뒤가 안 맞는다고 본다”며 “아무리 박물관을 좋게 만들어도 시민이 찾지 않는 박물관은 의미가 없다. 콘셉트를 완전히 열어놓고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물관 성격 규정 이미 끝났다” 반박 = 반면 허정도 경남도 총괄건축가(창원박물관 건립자문위원회 위원장)은 박물관 성격과 구성에 이미 합의가 끝난 사안이라고 밝혔다.

아무런 논의 없이 바로 건축 설계부터 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합의 하에 앞서 건축 기획용역까지 마무리했다는 게 허 총괄건축가 설명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대표 등이 참석한 박물관 건립자문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토론을 벌여 노동과 산업에 무게를 둔 박물관을 짓자는 논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장상훈 진주박물관장은 나라별 대부분 박물관을 살펴보더라도 모든 계획을 완벽하게 갖춰놓고서 설계에 들어가는 사례는 드물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물관을 만드는 건 하나하나 이야기를 채워나가는 과정이다”면서 “모든 걸 다 만들어놓고 건립사업을 할 수 있는 곳은 루브르박물관이나 브리티시 뮤지엄처럼 역사가 오래돼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세부 내용까지도 다 만들어놓고서 설계에 들어가는 박물관은 제가 알기로는 없다”고 설명했다.

20일 창원시청 시정회의실에서 열린 창원박물관 건립 관련 토론회에서 홍남표 시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
 

홍남표 창원시장은 1시간가량 진행된 토론회가 끝날 무렵 “생산적인 토론회”였다고 운을 뗀 뒤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행사를 마치고서는 “계획을 부실하게 짜서 어정쩡하게 가는 것이 창원시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인데 그 부분을 없애고자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면서 “종합적인 계획을 검토해야 하는 시기다. (박물관 건립 여부는) 적절할 시점이 되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