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입사 전 일이다. 들쭉날쭉한 수입이 걱정돼 자동차 1종 대형면허를 땄다. 마침 구직사이트에 김해 쪽 물류센터 화물기사 모집 공고가 떴다.

이력서를 넣은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면접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면접 장소는 김해가 아닌 경기도 오산시. 창원에서 오산으로 움직이는 소속 화물차를 같이 타고 오면 된다고 했다.

정오가 지나 창원 내서에서 약속한 화물차 기사를 만났다. 그곳에서 짐을 실은 화물차는 김해물류센터로 향했다. 1시간을 기다려 화물차 냉장 칸에 짐을 실을 수 있었다.

경기도 오산으로 향하나 싶더니 진해구와 부산 녹산산단에 있는 식품제조사 두 곳을 더 들러 또 짐을 싣는다. 날이 어둑해져서야 화물차는 경기도로 향했다.

기사는 밤늦게 오산물류센터에 도착해 화물을 내리면 다음날 아침 일찍 경기도를 돌며 화물을 받는다. 이 화물을 다시 김해물류센터로 옮기는 1박 2일 일정이 '한 탕'에 해당하는 일과다. 토·일요일, 공휴일 따로 없이 하루를 쉰 다음 오늘처럼 이틀을 움직인다고 했다.

밤 9시를 넘겨 오산에 도착해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관은 고수익을 내세웠지만 복지나 4대 보험 관련 질문에는 말을 돌렸다. 미련 없이 취업을 포기하고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아침에 김해물류센터로 가는 차를 타라 했지만 온종일 차에서 보낼 엄두가 나지 않아 경기도에서 경남으로 향하는 막차를 탔다.

정부와 보수 언론이 '귀족' 운운하며 화물연대를 몰아세운다. 돌이켜보면 노동자로서 보장받아야 할 보호 장치도, 휴일도 따로 없으며 이틀 꼬박 운전하고 하루를 쉬는 귀족이 되는 길을 포기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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