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창원시 한 공사장 근처에서 작업 중이던 50대가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은 정부가 지정한 '보행자의 날'이었다.

'보행자의 날'은 매년 11월 11일로, 2009년 제정된 '지속가능 교통물류 발전법'에 따라 보행교통 개선의 중요성과 범국민적 의식을 북돋우려는 취지로 지정된 날이다. 두 다리를 연상하게 하는 날짜이지만, 보행자는 유아차·보행보조용 의자차·노약자용 보행기 등을 이용해 통행하는 사람을 포함한다.

올 2월 말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2019년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전체 사망자가 조사 대상 36개국 중 27위, 보행 중 사망자는 30개국 중 29위, 노인 사망자는 30개국 중 30위로 많은 편이었다. 특히 노인 사망자(19.8명)는 OECD 평균(7.6명)의 2배가 넘었다.

경남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노인 보행자 비율도 높다.

경찰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체 사고 사망자 중 노인 보행자 비율이 경남은 25%로 대전(31.6%), 광주(30.6%), 서울(28.8%)에 이어 전국에서 네 번째다.

경남은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노인 보행자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노인 교통안전에 대한 지원은 미미하다. 단적인 예로 어린이보호구역은 1168곳(올 6월 기준)이지만, 노인보호구역은 129곳(올 6월 기준), 장애인 보호구역은 4곳에 불과하다. 예산은 68배가량 차이가 나 보행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어린이 교통안전에 집중됐던 시선을 이제 노인에게도 넓혀야 한다. 이를 실현하려면 노인, 장애인, 어린이 등 교통약자를 포용하는 보행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 보행자 권리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보행자 우선도로가 시행됐지만 벌써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운전자는 도로에서 보행자를 앞지를 수 없고 반드시 서행해야 한다.

안전한 보행 환경을 위해서는 물리적인 교통체계, 도로 환경도 바뀌어야 하지만 우선 사람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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