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영상 법정서 재생해 방청객 탄식·눈물
최고형 '3년'…시민들 "1년이라도 실형" 요구

창원 한 음식점에서 돌보던 고양이 '두부'를 음식점 앞에서 십수 차례 내리쳐 죽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게 징역 1년이 구형됐다. 마지막 공판에서 이 남성이 고양이 '두부'를 참혹하게 죽이는 장면이 재생됐고, 방청석을 가득 메운 동물보호단체 활동가와 시민들은 이내 탄식과 울음을 쏟아냈다.

창원지방법원 형사5단독(김민정 부장판사)은 지난 4일 오전 126호 법정에서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ㄱ(27) 씨 결심 공판을 열었다. 선고는 12월 16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ㄱ 씨는 지난 1월 26일 오후 7시 40분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 한 음식점에서 돌보던 고양이 '두부'의 꼬리를 잡아 음식점 앞 담벼락에 16차례 내려쳐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양형 조사 보고서를 제출받았으며, 조사관이 피고인 집과 주변, 사건 현장을 확인하고 면담까지 진행한 결과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피고인이 공소 사실을 인정하는 점 등을 들어 증거 조사를 마치려 했는데, 검사 요구로 한 차량 운행기록장치(블랙박스)에 담긴 사건 영상을 법정 내 대형 화면으로 재생하게 됐다.

전체 영상 가운데 다소 느린 속도로 2분 정도 장면을 봤는데, ㄱ 씨가 '두부'의 꼬리를 잡고 벽에 내려치고 현장을 유유히 벗어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방청석에서 "미쳤다", "인간도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탄식이 터져 나왔고, 눈물을 글썽이거나 흐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재판부는 "보고 싶지 않거나 충격이 크면 잠시 밖으로 나가셔도 좋다"며 정숙을 유지해달라고 알렸고, 방청객 대부분 침묵을 유지한 채 자리를 지켰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와 생전 고양이 '두부' 보호자와 시민 등 10여 명이 지난 4일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두부를 처참하게 죽인 피고인을 꼭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동욱 기자
동물보호단체인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와 생전 고양이 '두부' 보호자와 시민 등 10여 명이 지난 4일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두부를 처참하게 죽인 피고인을 꼭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동욱 기자

검사는 징역 1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검사는 최후 의견으로 "피고인은 평소 고양이 울음소리가 자신의 수면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아무런 잘못이 없고 힘이 없는 고양이를 16회나 내리쳐 살해함으로써 죄질이 불량하고 범행 방법이 잔인하다"며 "고양이를 돌보던 식당 주인, 동물단체, 시민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ㄱ 씨 측 변호인은 "큰 잘못을 했고, 앞으로 피고인이 평생 고양이를 위해 참회하고 후회하며 살아가야 할 것 같다"며 "다만 불면과 엄청난 스트레스 때문에 당시 이성을 잃었고, 통제력이 부족한 20대 청년인 점, 평생 반성하겠다는 점 등을 고려해 최대한 선처해달라"고 밝혔다.

ㄱ 씨는 "죄송하고 깊게 반성하고 있다"며 "고양이에게 죄송한 마음으로 살아가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옥탐정TV' 옥수철(50) 씨와 구독자 등 11명이 지난 4일 창원지방법원 앞 도로 건너편에서 손팻말과 펼침막을 들고 '동물 살해 학대는 범죄 행위'라고 시민들에게 알렸다. /이동욱 기자
유튜브 채널 '옥탐정TV' 옥수철(50) 씨와 구독자 등 11명이 지난 4일 창원지방법원 앞 도로 건너편에서 손팻말과 펼침막을 들고 '동물 살해 학대는 범죄 행위'라고 시민들에게 알렸다. /이동욱 기자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행위를 한 자는 법정 최고형이 징역 3년이다. 이날 동물보호단체인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와 생전 '두부' 보호자와 시민 등 10여 명이 법원 앞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징역 1년 구형인데, 선고는 이보다 적게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1년 실형이라도 내려지기를 재판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늘 동영상 앞부분을 보면 범행이 계획적이었음을 알 수 있는데, 그 부분을 못 보여줬다"면서 "재판부가 탄원서, 규탄 성명 등 시민들의 절절한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 최초 신고자인 20대 김모 씨는 "절대 우발적 범행이 아니었다. 길고양이는 보통 담으로 도망가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보호자가 있고 집으로 도망가던 고양이를 끄집어내 내리쳤다"며 "피가 사방으로 튀어 근처에 있던 차량은 바로 세차를 하러 갈 정도였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옥탐정TV' 옥수철(50) 씨와 구독자 등 11명도 법원 앞 도로 건너편에서 손팻말과 펼침막을 들고 '동물 살해 학대는 범죄 행위'라고 알렸다. 옥 씨는 사건 직후 목격자 진술과 폐쇄회로(CC)TV 확보, 탐문 등을 진행했고, 범인을 찾는다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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