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에 문화공원 추진
문순규 시의원 "기록관 필요"... 주민 설문 결과는 부정적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에 들어설 문화공원 시설 중 하나로 '기록(전시)관'을 포함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기록관에 여성 인권 유린 역사와 성매매 집결지 폐쇄 과정 등을 볼 수 있도록 해 교육의 장으로 삼자는 것이다.

그러나 서성동 인근 주민들은 기록관 건립에 부정적이다. '시민 휴식 공간 조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창원시는 8일 오후 3시 오동동주민센터에서 설명회를 열어 '공원조성계획 결정(안)'을 알리고 기록관 조성-반대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시는 지난해 3종 일반주거지역·일반상업지역으로 지정된 성매매 집결지 일대(1만 1144㎡) 용도를 문화공원으로 바꾸고자 도시관리계획 변경 절차를 진행했다. 이어 12월 도시관리계획(문화공원·도로) 결정·지형도면을 고시하며 기본 행정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에 들어설 문화공원 시설 중 하나로 '기록관'을 포함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인근 주민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9일 철거 중인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에 들어설 문화공원 시설 중 하나로 '기록관'을 포함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인근 주민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9일 철거 중인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올해 2월 실시설계·실시계획인가 용역에 들어간 시는 그 과정에 이번 설명회를 추진했다. 도시공원위원회 심의도 열 계획이다. 절차대로 진행되면 9월 초 도시공원계획 결정 고시, 12월 실시계획인가 고시에 이어 내년 토지·지장물 보상을 마치고 2024년 1월 문화공원 조성 공사에 들어간다. 사업 완료 시점은 2024년 6월이다. 사업비는 250억 원(보상비 220억 원·공사비 25억 원·기타 5억 원)이며, 전액 시비다.

창원시 공원조성계획 결정(안)을 보면, 문화공원에는 잔디문화광장, 조경시설(바닥분수), 휴양시설(문화의거리·지식의 쉼터·휴게쉼터), 운동시설, 교양시설(상상도서관·문화마당·모래체험장·소리체험장), 편익시설(주차장·화장실), 공원관리사무소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는 문화공원을 시민 휴식·문화 소통의 장이자, 문화행사·미술작품 전시 등 문화예술 복합 공간, 체력단련과 어린이·청소년 체험활동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공원조성계획 결정(안)에는 주민수요조사 결과도 담겼다. 올해 3월 4~6일 인근 주민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성매매 집결지 폐쇄 후 공원 활용 계획을 두고 90.4%는 '주민휴게·편의시설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61.7%는 '여성인권 관련시설 불필요'하다고 했다. 희망하는 문화 활동 프로그램은 '예술조형물·조경식재'(32.7%), '교육·문화 프로그램'(26.7%), '상설 공연 프로그램'(17.7%). '프리마켓 등 행사문화 프로그램'(11.3%), '작품 전시·관람프로그램'(9.3%) 등으로 나타났다.

4월 1~15일 서성동과 인근지역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성매매 집결지 문화·역사기록 사업 선호도에서는 72.6%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여성인권 전시관 선호도 물음에도 74.9%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공원 조성 종류(테마) 선호도 조사에는 51.2%가 시민의 휴식을 위한 공간 중심의 공원, 13.8%가 어린이·노인 등을 위한 여가 공간을 주제로 한 공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오랜 기간 성매매 집결지로 말미암은 피해를 본 인근 주민 처지에서는 지난 흔적을 완전히 지우고, 집결지가 오롯이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길 바라는 마음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여성 인권 관련 시설 조성과 성매매 집결지 문화·역사 기록 사업'의 부정적 시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끄럽고 아픈 역사를 외면하기보다는 기록으로 남겨 미래 세대 교육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 공론화에 앞장섰던 문순규(더불어민주당, 양덕·합성2·구암·봉암동) 창원시의원은 "문화공원 안에 기록(전시)관을 세우고 그 안에서 인권 유린 역사와 성매매 집결지 폐쇄 과정 등을 접할 수 있게 한다면, 인권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기록관 정도는 최소한의 규모로 남겨두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주민이 반대하는 시설임에도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다면, 주민을 설득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게 행정 역할"이라며 "과거를 기억하고 남기는 것, 교육 공간을 만드는 것,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 등은 정책을 추진하는 이들의 철학을 비춘다"고 강조했다. 문 시의원은 8일 주민설명회에서 이 같은 주장을 할 계획이다.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고 공원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는 '서성동 시민 기록가 양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참가자들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성매매 집결지 변화 과정을 사진에 담고 있다. 여성인권지원센터는 9월 전시회도 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11개 업소, 종사자 50명 안팎이 남아 있었던 성매매 집결지에는 창원시 폐쇄 절차와 경찰 성매매 단속으로 문을 닫았다. 그럼에도 뒷골목 쪽에 성매매 여성들이 사용하던 숙소를 이용해 성매매가 일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창언 기자 u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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