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국민 여론 무시하고 '마이웨이'
'법과 원칙'은 재벌·노동자에게 다른가

집안 살림 건전성이 매우 좋지 않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고정 지출이 월 몇십만 원 늘었다. 돋보이는 항목은 전세자금 대출 이자와 기름값이다.

이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따라가는 것이기에 원망할 대상이 아니다. 물가를 견제하고자 금리를 올리는 조치도 그 명분이 충분하다. 기름값 역시 국제 정세에 얽매인 것이니 시장 사정이 나아지기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겠다. 어쨌든 가계 단위에서 마땅한 대응이 없다.

수입에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살림 건전성은 지출을 줄여 확보해야 한다. 외식을 덜 하는 정도를 넘어 외출을 줄여야 한다. 요즘은 움직이면 돈이다. 온라인 장바구니 채울 일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그렇게 필요한 것만 절묘하게 뜨는 온라인 광고도 서슴없이 지워야 한다. 자칫 '자세히 보기'라도 했다가는 살림 건전성은 금세 위협받는다. 하찮은 가계 건전성도 이 정도 성의는 보여야 확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홍남기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관성이라도 있었다. 재정 건전성을 내세워 반드시 써야만 할 듯한 재정까지 풀지 않았으니 말이다. 윤석열 정부 매력은 재정 건전성을 심각하게 강조하면서 '부자 감세'부터 서둘러 실현하는 데 있다. "이 새끼들아, 욕하지 마" 같은 말에서도 느낄 수 있는 매력인데 잘 표현하지 못하겠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 언저리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지지층은 모른 척하고 싶을 테고 '신경 쓰지 않는다'는 대통령은 정말 모르는 게 아닌가 싶은 수치다.

취임 3개월도 되지 않아 문재인 정부가 더 낫다는 여론조사 결과(미디어토마토 22일 발표)마저 끌어냈다. 정권 교체 초기에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결과가 압도적이어서 더 놀랐다.

하지만, 짧은 기간 추락한 지지율보다 놀라운 것은 따로 있다. 같은 기간 윤석열 대통령과 이 정부가 일궈낸 성과다. 대통령실 이전은 과감했고 부자 감세는 신속했다. 재벌에 보내는 신호는 관대했고 노동자에게는 엄격했다. 이들에게 적용하겠다는 '법과 원칙'은 곱씹을수록 미묘하게 다르다.

지역 화폐 지원을 끊고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는 풀겠다는 묶음 행정은 어떤가? 윤석열 후보 어퍼컷에 환호하며 손뼉치던 전통시장 상인은 그 주먹이 자기 얼굴로 향할지 알았을까. 대형마트 휴일 영업이 뭐가 그렇게 시급한 현안인지도 모르겠다.

경찰국 설치는 단호한 데다 비장하기까지 하다. 경찰력을 민주적으로 관리하고자 비민주적인 절차를 강행한다? 이런 일 처리 방식도 윤석열 정부 매력에 포함된다. 문재인 정부였다면 3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이 정도 밀도 있는 행정을 몇 건이나 처리할 수 있었을까. 권력은 이렇게 쓰는 것인가 싶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 매력이 무섭다.

/이승환 뉴미디어부장 hwa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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