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하고 돈 버는 일거양득 즐거움
창원 순환자원 회수로봇 더 늘어나길

매일 하루 1만 보를 걸으려고 애쓴다. 집과 회사가 가까워 걸어서 출퇴근해도 1만 보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 여유가 있을 땐 동네를 크게 한 바퀴 돌아가며 1만 보를 채운다. 건강에도 좋지만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몇 해 전 후배가 알려준 '걷기만 해도 돈이 되는 신기한 만보기' 앱을 휴대전화에 깔아놓고 수시로 확인한다. 보물상자에 적힌 숫자만큼 누르면 1캐시씩 쌓인다. 하루에 1만 보를 걸으면 100캐시, 100원이다. 가끔 밀린 캐시를 뿅뿅 오락실게임 단추 누르듯 연타하고 있으면, 친구는 '100원 벌려고 별짓 다 한다'는 듯 야릇한 표정을 짓는다. 더 많이 걸으려는 동기부여가 되고, 재미삼아 돈도 버니 일거양득이라며 응수한다. 캐시가 어느 정도 쌓이면 유명 브랜드 커피 한 잔을 공짜로 마실 수 있다.

최근 새로운 즐거움을 찾았다. 창원시 마산야구센터 동문 앞에 있는 '순환자원 회수로봇'을 발견한 것. 인공지능 투명페트병·캔 자동수거기다. 오가며 예사로 봤는데, 한날 오전에 몇몇 어른이 줄 서서 기다리는 모습에 발걸음을 멈추고 지켜봤다. 한 아주머니는 페트병을 쌀 한 포대 양만큼 들고와서 한참을 집어넣고 있었다.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수퍼빈' 앱에서 재활용품 1개당 10포인트씩 쌓인다. 한 번에 50개 정도 넣을 수 있는데, 가족들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더 넣을 수 있다고 귀띔해주었다. 자주 이용한 경험자답게 페트병 뚜껑은 빼고 포장지(라벨)도 깨끗하게 제거된 상태였다. 뚜껑은 로봇 고장 원인이 되기도 하고, 라벨이 붙어 있으면 게워낸다고 했다. 똑똑한 로봇 같으니라고!

10포인트는 10원, 2000포인트 이상 쌓이면 현금으로 개인통장에 입금할 수 있다. 로봇에 '#우와~ 돈이다∼'라고 큼직하게 써놨다. 10원씩 모으려고 일일이 분리하고 로봇까지 찾아가는 수고로움을 따진다면 '우와' 할 정도로 돈이 되는 건 아니다. 다만 10원이 쌓이면서 그 이상의 가치는 찾을 수 있다. 세상을 이롭게 바꾸는, 지구를 살리는 가치.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인기 로봇이지만 주변에서 찾기 어렵다. 인구 100만 명이 넘는 특례시에 5곳(의창스포츠센터·창원스포츠파크·합포스포츠센터·마산야구센터·진해루)밖에 설치돼 있지 않다. 지난해 11월부터 설치되고 나서 이용자 수나 재활용품 수거량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하니 수요만큼 공급이 뒤따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파트 생활자로서 분리수거를 꼼꼼하게 하려는 편이다. 하지만 분리수거장에서 음식물 묻은 플라스틱, 라벨 떼지 않은 페트병, 비닐봉지째 버려진 음식쓰레기물을 목격할 때마다 허탈해진다. 순환자원 회수로봇이 반가운 이유는 확실히 분리수거된다는 안심이 들어서다. 고유가에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앞둔 요즘, 서랍 속에 버려지다시피 한 10원을 다시 줍게 된다. 자동차 대신 걸어서 1원, 재활용해서 10원, 그렇게 쌓다 보면 미래가 든든해지지 않을까.

/정봉화 편집부장 bong@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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