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한 잔

행동하는 채식 쉽게 풀어낸 작품
인터뷰로 성별·나이·장애 아울러
비거니즘 넘어 장벽 허물기 말해

비건, 비거니즘의 정의는 무엇일까? 또 대체어는 무엇이 있을까?

채식주의자라는 단어는 익숙하다. 보통 비슷한 뜻으로 쓰이지만, 비건은 실천, 행동한다는 측면에서 더 넓은 개념이다, 라고 <비건들의 수다>는 설명한다. 세계적인 추세에서 2022년에 비건의 정의를 해부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일은 다소 늦다고 느껴진다. 이미 비건은 많은 국가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고, 해당 국가에서 동물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는 매우 깊고 넓다.

반대로 생각하면 한국에서도 비건 문화가 중요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제야 한국에서도 비건이라는 단어에 관심을 두고 이해하고자 하는 인구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 영화 <비건들의 수다> 속 장면들.
▲ 영화 <비건들의 수다> 속 장면들. /갈무리

<비건들의 수다>는 설명적이다. 마치 교육 영상 같기도 하다. 이 지점을 장점으로 본다면 비건을 이해하는 첫걸음으로 유용하다. 물론 비건을 다룬 콘텐츠, 특히 출판에서는 비건을 많이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비건들의 수다>는 영화라는 매체를 이용해서 '비건 이해하기' 진입장벽을 낮춘다. 실제로 이 영화는 꽤 재미있다. 인터뷰이의 말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고, 동물해방단체의 활동은 긴장감까지 자아낸다. 흔히 하는 말로 교육과 오락성을 동시에 잡았다고 할 수 있겠다.

새훈 감독은 연출 의도에서 "비거니즘을 추구하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환경과 동물 그리고 착취에 관해 고민하는 비거니즘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새훈 감독의 말에서 '비거니즘에 대한 공감대'라는 표현이 중요하게 느껴진다. 실제 <비건들의 수다>에 나오는 인터뷰이와 인물은 성별, 국적, 나이를 구분하지 않음으로써 모두의 공감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 /갈무리
▲ 영화 <비건들의 수다> 속 장면들. /갈무리

특히 <비건들의 수다>는 고령자,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만들어졌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물리적, 제도적, 심리적 장벽을 허물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이런 의지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 <비건들의 수다>는 OTT 플랫폼에서 개봉했다.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가 아닌 '퍼플레이'에서 공개했다. 퍼플레이는 여성영화, 다양성 영화를 주로 서비스하는 플랫폼이다. 이는 <비건들의 수다>가 상업적으로 부족한 이유가 크겠지만, 어쨌거나 주요 행로가 아닌 새롭고 다른 유통과정을 밟는다는 점에서 <비건들의 수다>가 말하는 다양성과 결합한다. <비건들의 수다>는 퍼플레이에서 1만 원이 안 되는 돈으로 관람할 수 있다.

그리고 한 가지를 홍보하고 싶다. 오는 7월 2, 3일에 열리는 '제2회 무학산영화제'에서 <비건들의 수다>를 상영하고, 새훈 감독을 초청해 영화 토크를 한다. OTT 영화를 비교적 큰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신청만 한다면 누구라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누구라도', <비건들의 수다>가 말하는 바다.

/김준희 마산영화구락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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