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해보지 않는 기술개발 행태
인내와 좌절 금지가 성공의 동인

구글 글라스, 애플의 뉴턴 메시지패드, 소니 베타맥스, 에어버스 A-380, 모토로라 이리듐 등 세계적 유명 기업이 만든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기술개발의 실패작이다. 연구개발 관리를 주도면밀하게 하는 세계적인 기업들마저도 실패하는 것을 보면, 모든 기술개발이 성공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누구나 기술개발의 실패를 겪기 마련이고, 혁신적이고 좋은 기술일지라도 상업적 성공을 장담하지 못한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좋은 기술이 개발과 상업화에 실패하는 이유는 기술 위주의 사고방식으로 시장의 기대와 요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저궤도 통신위성을 이용한 모토로라의 위성 휴대통신서비스(이리듐)는 기존의 지상 기지국을 활용한 저렴한 글로벌 로밍기술의 등장을 간과했다. 1993년 개인휴대용단말기(PDA)의 활용 가치와 필요성을 소비자가 거의 느끼지 못할 때 탄생한 애플의 메시지 패드는 시대를 너무 빨리 앞서갔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기술개발 사업화 실패 원인을 조사했는데 작은 시장규모, 신제품의 낮은 경쟁력, 자금 부족, 마케팅 역량 부족, 생산 공정기술 부족, 기술사업화 경험 부족, 인력 부족, 시장진입 타이밍 실패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자료를 종합해 보면 기술개발의 실패 원인은 크게 기술개발자의 역량·자원 부족, 시장 예측 실패, 그리고 소비자의 니즈 파악 부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필자는 기술개발자(개발자, 투자자를 포괄)의 의지에 더 많이 주목하고 싶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기술개발이 실패할 때까지 기술개발을 하는가?"에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미성숙한 시장 규모, 자금 부족, 주변 기술 부족 등을 핑계로 기술개발을 중도에 포기한 것은 아닌지 되묻는다. 연구보고서 작성, 논문 출판, 특허 출원으로 기술개발이 끝났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 필자는 상용화될 때까지 '끝까지 하지 않는 것'이 기술개발 실패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끝까지 하지 않고, 중도에 포기하는 것일까? 첫 번째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실패에 대해 가혹하게 징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연구자로 하여금 도전을 머뭇거리게 한다. 실패해도 좋으니 끝까지 전념하라는 응원 문화가 부족하다. 또한 실패를 실패로만 평가하는 잘못된 관행이다. 앞서 언급한 애플의 뉴턴 메시지패드의 실패는 스마트폰의 새 시대를 활짝 열었다. 실패는 실패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 탄생의 시초가 될 수 있다. 발명가 에디슨의 말처럼 "나는 1000번 실패한 것이 아니다. 나는 실패할 수 있는 1000개의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라는 전향적 과정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연구개발 투자와 정책의 변경이나 중단이다. 정부가 바뀌면, 장관이 바뀌면, 기관장이 바뀌면 기술개발 정책과 투자전략도 바뀌기 일쑤다. 실패의 쓴맛을 보기도 전에 기술개발은 흐지부지 끝나고 만다. 그리고 정부와 기관장 입맛에 맞는 새로운 테마로 바뀐다. 이는 불성실한 연구자에게 중도 포기의 면죄부를 주기까지 한다. 기술정책의 일관성이 그만큼 중요한 이유이다.

하루아침에 획득될 첨단기술은 없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마부작침(磨斧作針)' 정신으로 진득하고 끈질긴 노력이 요구된다. 끝내 이룰 것이라는 믿음과 실패에서 새로움을 배우는 좌절금지(OTL)가 기술성공의 동인이다.

/채재우 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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