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망 피해 후원까지 받는 사저 욕설 시위
윤 대통령 반지성 경계 외침 와닿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반지성(反知性)'을 거듭 경계했다. 심각했을 의도는 전혀 묵직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토론에서 드러낸 밑천, 유세 현장에서 상대를 윽박지르는 말투부터 떠올랐다. 윤 대통령을 상징하는 어퍼컷도 있다. 검은 가죽 장갑을 낀 주먹을 궤적까지 기억한다. 지성은 구호와 선언으로 닿는 영역이 아니다. 취임사에 남긴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는 무뢰배 어깨에 새긴 '忍(참을 인)'과 그 인상이 다르지 않았다.

반지성이 살아 펄떡이는 현장은 경남 양산 평산마을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이웃으로 맞은 곳이다.

문 전 대통령을 혐오하는 바깥사람들 시비에 주민 인내심은 바닥까지 털리고 있다. 근본 없는 욕설과 야유를 오디오로 처음 접했을 때 바로 끌 수 있는 처지에 안도했다. 고결한 '집회·표현의 자유'는 평산마을에서 사치다.

이 패악질에서 위법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전 대통령 사저에서 집회 장소까지 거리는 애초에 기준이 없다. 이들이 애용하는 '문재인 간첩' 표현은 대법원이 이미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당연히 문제가 될 듯한 소음은 법 기준을 좀처럼 넘지 않는다. 소음측정기까지 들고 다니는 이들은 그런 면에서 전문가다. 그래서 법을 다듬어 패악질을 막아보겠다는 시도는 무모하고 허무하다.

시위를 주도하는 이는 오히려 관련법 개정 움직임을 반긴다. 자신을 법으로 제한하려는 시도에 저들(개혁·진보 진영)도 제한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장담했다. 손해 볼 게 없다는 계산은 얄밉지만 정답이다.

주목할 지점은 시위 목적이나 방식, 구호가 아니라 수익이다. 이들은 시위 현장을 온라인 생방송으로 송출한다. 자막으로 노출한 후원계좌를 비롯해 들어오는 수익이 꽤 쏠쏠하다. 10여 명으로 구성한 집단을 운영할 수 있는 연매출이 나온다고 한다. 혐오·폭력이 돈이 되는 생태계를 찾은 셈이다. 그 기반은 누구나 생방송이 가능한 플랫폼(platform)이다. 문제는 이런 환경을 제공하는 업체에 있다.

이 분야를 대표하는 유튜브(Youtube)는 혐오·폭력 콘텐츠에 상당히 예민하다. 논란이 되겠다 싶은 내용을 알고리즘으로 포착해 미리 수익 제한을 걸어놓을 정도다. 정치가 사회적 책임을 엄격하게 다그치자 구글(Google)이 내놓은 해법이다. 평산마을 시위 생방송을 유튜브에서 볼 수 없는 이유다. 유튜브에서 퇴출당한 그들은 네이버 기술을 이용해 생방송을 진행한다고 한다. 유튜브에 물었던 책임을 네이버에 묻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나저나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평산마을 욕설 시위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다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습니까."

취임사를 접하고 겨우 참았던 웃음이 뒤늦게 터져버렸다. 법? 합리·지성은 무슨.

/이승환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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