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역사에 아직 고통받는 이들 많아
억울한 피해 진실 밝히는 작업 계속돼야

지난 6일 한 배우의 영화제 수상 소감이 화제가 됐다. 넷플릭스 드라마 <디피>(D.P.)에 출연해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자조연상을 받은 조현철 배우 얘기다.

그는 투병 중인 아버지를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자 이런 수상 소감을 밝혔다.

"죽음이라는 게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냥 단순히 존재 양식의 변화인 거잖아. 작년 한 해 동안 내 장편 영화였던 <너와 나>라는 작품을 찍으면서 나는 분명히 세월호 아이들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 그리고 그 영화를 준비하는 6년 동안 나에게 아주 중요했던 이름들 (1989년 최초로 공해병 환자로 대법원에서 판결을 받은) 박길래 선생님, 김용균 군, 변희수 하사 …(중략) 나는 이들이 분명히 여기에 있다고 믿어. 그러니까 아빠 무서워하지 말고 마지막 시간 아름답게 잘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사회적 타살'로 숨진 이들을 기억하며 이름을 불렀다.

최근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마지막까지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하고 숨진 이들도 떠오른다. 마산에서 마지막 생을 보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양주 할머니, 밀양에 살던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안은주 씨. 여기에 더해 민간인학살 피해자와 유족, 납북귀환어부 등 과거 참혹한 역사에서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이 많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2기가 2020년 12월부터 활동을 재개하면서 국가, 기관 등으로부터 억울하게 숨지거나 인권침해를 당한 이들을 위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위원회가 진행할 수 있는 조사 기한은 '최초 조사개시 결정일 이후 3년, 1년 이내 연장 가능'이라고 명시돼 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짧은 조사 기간에 진실규명 작업이 제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징계를 받고 퇴직한 이시원 전 검사를 내정한 것을 보면 단순한 우려로만 볼 일인가 싶기도 하다.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려 인생을 송두리째 뽑힌 이들이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때에 간첩 조작 사건으로 논란이 있는 이가 고위공직자, 공공기관장 비위 등을 단속하는 자리에 임명된 것이다.

취재를 위해 연락한 국가 폭력 피해자 중에는 수십 년간 연좌제 등으로 고통받아 아직도 피해 사실을 말하고 자신을 밝히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이도 있다.

그럼에도 지난 8일 함안에서 만난 납북귀환어부는 "지금도 정의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있으니 (피해자들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숨기지 말고 앞에 나서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자신은 국가에 진실 규명 신청 서류를 제출했다고 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도 굳건히 억울한 피해를 당한 이들의 진실을 규명하는 작업이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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