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여파 약 40% 올라
물가 오르며 농자재 가격 상승

"요소가 들어간 화학비료는 60~70% 올랐다고 보면 돼요. 농사는 지어야 하니까 농민들은 화학비료 포기하고 퇴비나 유박을 사가죠."

창원시 의창구 동읍에서 농자재 매장을 운영하는 ㄱ 씨는 농자재 가운데서도 화학비료 가격이 크게 뛰었다고 말했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전세계 곡물 시장 가격이 널뛰고 있다. 전세계 비료 공급의 15%는 러시아에서 나온다. 전쟁 이후 비료 가격은 40% 가까이 올랐다. 먼 나라 전쟁은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20kg 1포대 당 9200원에 판매되던 요소비료는 올해 들어서 2만 8900원은 줘야 살 수 있을 정도다.

다른 농자재 매장 운영자 ㄴ 씨도 "물가가 오르면서 곡괭이나 삽 같은 농기구 가격도 20~30% 비싸졌다"며 "작년보다 농자재나 농기구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매장을 찾는 농민들이 부담을 많이 느끼는 거 같다"고 귀띔했다. 농자재와 농기구 가격 상승은 농민들에게 고스란히 부담을 안겨준다. 농민들은 비싼 가격에도 봄농사를 위해서 구입을 안 할 수가 없다. 

이날 농약을 사고자 농자재 매장을 찾은 곽판수(65·의창구 동읍) 씨는 비닐값에 고개를 저었다. 곽 씨는 하우스에서 오디와 감자 농사를 짓는데 기름값이 오르면서 하우스 농사에 필요한 비닐값도 큰 폭으로 뛰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예전 같으면 500만 원 어치만 사면 될 걸 이제는 600만 원은 줘야 필요한 비닐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인건비도 문제다. 양파 농사를 짓는 이홍주(51·함양군) 씨는 "작년에 양파 캘 때는 8시간 일하는 데 8만 5000원~10만 원이면 사람을 구했지만 지금은 16~18만 원까지 줘야 한다"며 "인건비는 계속 오르는데 양파값은 형편없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주 금요일 서울 공판장에서 양파 15kg 가격이 1500원으로 책정된 얘기를 전해줬다. 작업비, 운반비, 각종 수수료를 다 내고 나면 양파를 팔더라도 손에 남는 게 하나도 없다. 

창원시 의창구 동읍의 한 농자재 매장을 운영하는 ㄴ 씨가 농자재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물가가 많이 올라 농민들도 부담스러워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다솜 기자
창원시 의창구 동읍의 한 농자재 매장을 운영하는 ㄴ 씨가 농자재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물가가 많이 올라 농민들도 부담스러워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다솜 기자

물가와 인건비는 오르는데 농산물 가격은 제자리다. 농가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보다 농업구입가격지수가 1.5% 상승했으나 농가판매가격지수는 6.9% 하락할 거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농업생산액 하락과 중간재 비용 증가는 농업부문 부가가치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부문 부가가치가 전년 대비 5.5% 감소할 거라 내다봤다. 

마늘 농사를 짓는 김창수(50·창녕군) 씨는 "해마다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면서 공산품 가격이 적용되고, 최저임금도 오르는데 농산물 가격은 밥상머리 물가라고 말하면서도 조금만 가격이 올라가면 수입해서 가격을 낮추려고 한다"며 "농산물 가격도 생산비를 감안해서 증가해야 공평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김 씨는 "옛날에 농사 짓는 사람들은 콩, 밀, 다른 잡곡도 심어보고 했는데 이젠 돈 되는 작물만 심게 됐다"며 "이러면 과잉생산이 일어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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