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민주화 균형 이루려 애쓴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 기억해야

대선이 끝났다. 12명의 대통령 선거 후보가 있었지만 이분법이었다. 어느 쪽인지, 질문에 답하는 국민의 선택은 0.7%p 차이로 또다시 나뉘었다. 우리는 숨 막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내일을 생각하며 또 하루분의 마스크를 산다. 델타 변이에서 오미크론, 스텔스오미크론까지 오는 동안 신규 확진자는 하루 40만 명을 넘고 있다. 위·중증 환자 역시 하루 1000명 이상, 사망자도 세 자리가 넘은 지 몇 주가 흘렀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치사율이 계절 독감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상황을 밝혔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에 무게를 싣는다. 그동안 지켜왔던 방역수칙과 의료체계가 치명률에 흔들린다. 1급으로 지정된 감염병 등급이 변화된 상황에 맞게 조정되고 있다. 늦어도 3월 안에는 유행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측을 두고 너나 할 것 없이 코로나19를 대하는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감염되어도 독감 정도 수준으로 지나갈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를 내포하고 있다. 가족, 이웃, 직장 감염이 속출하고 있지만 바이러스를 대하는 처음 무게와 지금 무게는 분명 다르다. 또다시 걱정과 불만은 전이될 대상을 찾고 있다. 바로 정부다. 수치만 계산되는 탁상공론에 의료계 우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만 들리지 않아 보인다.

위·중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상 가동률은 아직 여력이 있어 보이지만 현장 목소리는 아슬아슬하게 버텨내고 있다. K방역 덕분에 바이러스를 이 정도 선에서 버텨내고 있다는 주장과 그토록 자랑하던 K방역이 어디로 갔는지 반문하는 주장이 나뉜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간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문제가 양극단으로 나뉘는 분열의 이분법 문제로 전이된다.

지난 15일은 3.15의거가 일어난 지 6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62년 동안 지나온 대한민국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역시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민주주의는 시민의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서양에서 근대 민족국가가 수립되면서 시작된 민주주의는 시민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통해 자라났다. 자유와 평등을 바탕으로 하는 기본권을 획득하기 위해 혁명 과정에 많은 사람이 목숨을 걸고 투쟁해 보통선거권을 비롯한 인간의 법적 권리와 기본적 인권이 성립되었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3.15의거 역시 많은 시민에게 피의 상처를 가져다주었다. 그로 말미암아 부당한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승만 정권은 대한민국 역사상 민중항쟁으로 무너진 최초의 정권이다. 그날의 기억을 지역 역사적 현장과 정신을 통해 현실로 다시 길어 올리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역사 속 62년은 짧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긴 시간이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균형 앞에 지금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62주년 3.15의거 기념식 주제는 '새 희망을 품고, 가고 가고 또, 간다'이다.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 항쟁으로 이어온 3.15의거 그날의 함성 앞에 산업화와 민주화 균형을 맞추기 위해 평범한 사람들이 외쳤던 용기가 있다. 지금은 마스크를 벗고 일상 회복을 위한 자유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민주가 필요하다.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정의가 필요하다. 한 나라를 운영하기 위한 시스템에 국민 목소리가 담겨 있어야 한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지난 시간 동안 반복됐던 대한민국 역사를, 변화의 변곡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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