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창원지역에서 치매 어르신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이다. 치매 어르신을 대상으로 활동하다 보면 증세가 심한 날에는 어르신께서 낯선 얼굴로 나가라고 하셔서 현관 앞 중문에 팔을 끼운 채 어르신을 달래며 돌봄서비스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가끔 어르신을 돌보다 생기는 다양한 고충을 남편에게 이야기하면 그만두라는 말부터 나와 언젠부터인가 말을 안 하게 됐다. 돌봄노동자 지원센터를 알게 된 후 나는 마음이 힘들어질 때 경상남도 중부권 돌봄노동자 지원센터를 방문한다. 센터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나서부터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센터 프로그램 중 '경남도립미술관 돌봄 사회 전시회 관람'에 참여하게 되었다. 도슨트(전시작품을 설명하는 전문 안내인)의 설명을 들으며 생소하고 낯선, 가깝지만 어색한 장면들 앞에 섰다. 전시회는 재난이 일상화된 오늘날, 삶의 지속을 추구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돌봄을 제안하는 프로젝트라고 했다.

작품 중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그림이 도슨트 설명을 듣고 그림 속 표정을 다시 보니 유쾌함보다는 고단함이 묻어 나왔다. 한 작품은 헤드셋을 통해 우리 돌봄노동자가 현장에서 부딪히고 느끼는 감정들이 표현되었다. 작품을 통해 누군가 감정의 소진이 오면, 함께 손을 맞잡고 쓰다듬어 줄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도 생겼다. 우리가 직접 작품 속으로 들어가 현재의 나를 느껴보는 시간도 가졌다. 이는 돌봄노동자의 존재는 미미하지만, 나의 존재감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외국 작가의 작품은 소리로 느낄 수 있는 속삭임이었다. 나라와 문화는 달라도 공통 질문지를 가진 느낌이었다. 나의 감정이 타인과 다를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의 돌봄은 사회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회 관람 후 진행된 '드라이플라워 향초 만들기' 프로그램을 통해 향초처럼 어둠을 밝히며, 따뜻하고 향기롭게 우리들의 자존감도 피어올랐다. 이기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스스로를 돌보는 노력이 타인에게 다가가는 노력이 될 수 있음을 표현한 드로잉들의 연장선 같았다. 미술관을 나와 건널목을 건너는데 오늘 일정을 함께한 10여 명의 돌봄노동자들이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한쪽 손을 들고 재잘대며 건너는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감정의 소진이 생겨도 우리가 기댈 수 있는 돌봄노동자 지원센터가 있기에 나는 내일도 웃으며 어르신 돌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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