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널무덤에서 돌방무덤까지
시기별 변화과정 연표로 한눈에
화로모양그릇받침 등 출토 유물
가야인 생활상·풍습 이해 도와

옛 가야시대 고분을 이야기하면 누구나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잔디로 뒤덮인 경사진 언덕과 거대한 높이의 봉분, 그리고 볼록 솟은 무덤 떼 모습이다. 이런 특징이 잘 나타나는 고분군은 아라가야(함안)와 비화가야(창녕), 소가야(고성) 등을 비롯해 전기 가야 중심 국가였던 금관가야(김해)에서도 나타난다. 그중 작은 구지봉 또는 제2의 구지봉이라 하여 금관가야인들이 신성시했던 장소로 추정되는 김해 애구지에 '대성동고분군'이 자리한다. 금관가야 성립과 역사, 성격 등을 알 수 있는 곳으로,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유적이다.

대성동고분군 발굴조사 때 확인된 성과들이 유적 바로 옆에 터를 잡은 대성동고분박물관에 나와 있다. 1990년부터 2014년까지 9차례에 걸쳐 발굴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파악된 무덤 양식과 금관가야 전성기 무렵 만들어진 굽다리접시, 과거 화폐로 사용됐던 덩이쇠, 실물 크기의 덧널무덤 모형, 가야 기마무사의 무사와 말갖춤 등이 전시장 곳곳에서 관람객과 만나고 있다. 추가 발굴 이후 나온 유물이 아직 박물관에 채워진 상태는 아니지만, 금관가야 실체를 이해하는 데는 이전 자료를 훑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이선미 학예연구사가 지난달 28일 대성동고분박물관에서 토기 유물을 소개하고 있다./최석환 기자
▲ 이선미 학예연구사가 지난달 28일 대성동고분박물관에서 토기 유물을 소개하고 있다./최석환 기자

설 연휴를 사흘 앞둔 지난달 28일 오후 3시께 대성동고분박물관에서 만난 이선미 학예연구사는 대성동고분군의 역사성과 가야문화를 알리고자 2003년부터 전시를 선보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김해박물관이 가야 전체 역사와 문화를 다룬다면, 대성동고분박물관은 금관가야 왕들의 묘역인 대성동고분군만을 대상으로 중점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2017년 리모델링을 거쳐 박물관이 전면 개편됐다고 밝힌 그는, 대성동고분군 모형과 시대별 금관가야사, 발굴현황 등이 기록된 공간에서 금관가야 흥망성쇠에 따른 무덤 변천 과정을 들려줬다.

"대성동고분군은 왕의 무덤이에요. 여기 보이는 것처럼 처음엔 널무덤으로 시작해서 덧널무덤과 구덩식돌덧널무덤, 돌방무덤 순으로 모습이 달라져요. 금관가야 성립기와 성장기, 전성기, 쇠퇴기 등 시기별로 무덤 형태가 달랐는데 밑에 보면 연표가 있어요. 그 위로는 언제 어떤 모습인지 알기 쉽게 보여주고자 이미지도 같이 넣었어요."

다른 전시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무덤 변화과정 추가 설명을 이어갔다. 모든 왕급 무덤에서는 순장자가 확인된다며, 갈수록 무덤이 깊숙이 파이는 양상이 나타난다고 부연했다. 그의 앞에는 3세기 전반부터 5세기 전반에 이르기까지 당시 만들어진 무덤 간 깊이 차이를 직관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사진과 글이 적힌 패널이 있었다. '4세기 후반부터 왕급 무덤의 구덩이 깊이가 170㎝ 이상으로 깊어지고 5세기 전기가 되면 300㎝ 이상 무덤이 더 깊어졌다.' 사회 변화에 따라 무덤 형식에 이어 깊이에서도 시기별 모습이 달랐다는 설명이다.

▲ 화로모양그릇받침. /최석환 기자
▲ 화로모양그릇받침. /최석환 기자

이 학예사는 대성동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 성과도 부각했다. 진열대에는 철기를 이용한 말갖춤과 갑옷을 비롯해 굽다리접시, 긴목항아리, 화로모양그릇받침, 오리모양토기 등이 전시돼 있다. 이 학예사가 꼽은 최고 유물은 토기류다. 다른 건 몰라도 꼭 보고 가야 할 유물로 굽다리접시와 화로모양그릇받침 등을 꼽았다. 금관가야 전성기에 만들어진 토기라는 게 이유다.

"상설전시관은 대성동고분군의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 내용과 다양한 묘제 형식, 금관가야 생활상, 순장풍습 등을 엮어놓은 형태예요. 저로서는 관람객들이 하나하나 다 보고 모든 내용을 알아가면 좋겠지만 그게 쉽진 않은 일이죠. 전부 다 둘러보기 어렵다면 토기류 정도는 꼭 보고 가시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이 박물관에서는 금관가야인 실제 인골과 당시 순장 과정을 표현한 모형 등도 볼 수 있다. 월요일 휴관. 055-35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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