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선현 목숨 걸고 지킨 5000년 터전
모래톱·습지 복원해 생명의 강 되돌려야

남명 조식의 인맥과 학맥을 찾아 경남의 지역별 학문적 실천 사상을 미래 세대에 이어줄 중간 교육자 양성이 시급하다. 풍요 속에 자란 세대가 주를 이루고 있는 오늘에 이르러 경의(敬義)사상에 바탕한 AI시대에 한국적이며 세계적인 인간상을 배움 나눔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이 시대 과제이다. 공정, 정의, 인권, 여성, 환경 등 우리 사회가 물질사회로 이행하면서 일상적으로 나열되는 사회적 과제들이 대선판에서도 말 잔치로만 난무하고, 선진국 민주시민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과거와 현재에 이르는 가치들이 무엇인지를 공론화하지 않고 있다. 나의 일상 관심은 낙동강, 남강, 황강 주변 마을과 자연을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에덴동산으로 회복하는 일이다. 더하여 이곳에 살면서 민초들과 나라를 걱정했던 훌륭한 선현들을 우리 앞에 소환하여 미래 세대가 그 가치를 이어가고 더 멋진 조선반도 고토를 회복할 수 있는 옛 기록을 찾아내어 현실에 맞게 재구성하는 일이다.

나를 하루도 게으르지 않게 살도록 하는 동력은 위대한 스승 자연이다. 오늘도 관찰 길에서 봄을 꽁꽁 숨기고 살아냈던 생명이 쌓인 가랑잎 속에서 꿈틀거리는 모습을 읽는다. 어디 자연에만 봄이 오는 소리가 있던가. 낙동강 역사 속에 박제화된 선현들을 찾아 물질적 풍요 속에 살아온 세대에게 빛과 소금이 되도록 해야 한다.

최근 낙동강 금모래 땅이 활짝 펼쳐지면서 한훤당도 웃고, 곽망우당도 호탕하게 일갈한다. 못난 놈들! 조선 땅 개국 이후, 가야 무역선이 상주까지 오르내리고 강변 모래톱에 조선 민중이 먹거리 심어 5000년을 살아온 터전을 잊어버리고 산다고 꾸짖는다. 강물 흐름을 막은 보 때문에 야생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도 사라지게 했으니 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아느냐고 묻는다. 특히 임진전쟁 때 왜군이 낙동강 하구를 거쳐 합강정에서 남강으로 길을 잡았을 때, 곽망우당은 의령 정암루 모래톱 옆 갈대숲에서 의병을 지휘해 게릴라전으로 저지했다. 기록에도 "늪으로 왜적을 유인하여" 진주성을 거쳐 곡창지대인 전라도로 향하는 길을 차단하여 나라를 구하였다. 더하여 낙동강, 남강, 황강 본류는 한 번도 물길을 막은 적 없이 물류 이동의 고속도로 역할만 했다. 여름철 범람 시에는 모래톱 배후에 2선, 3선의 낮은 제방을 만들어 최소한의 농경지를 보호하는 지혜를 축적해 왔다.

2년 전 합천보 양배수장 제방이 무너져서 이방면 일대가 물바다가 되었을 때, 주민들은 동네 옆 소위 낙동강 슈퍼 제방만 믿고 홍수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국가가 댐을 만들고, 제방을 높이 쌓고 수로까지 시멘트로 만들어 모든 것을 관리하겠다는 발상은 대형사고를 가져온다. 최근 수문이 일부 열리면서 강 모래톱이 더 넓게 펼쳐지는 모습을 보면서 동네 노인들이 그곳에서 농사짓던 일을 추억하며 "미친 놈들이제. 저 넓은 땅에 땅콩 심고 수박농사 하여 자슥들 공부시켰던 곳인데"라며 다시 저 땅에 농사를 지으면 얼마나 좋겠냐고 한다.

그동안 수천만 평 모래톱과 배후습지 등 생태자산을 사라지게 한 정부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길에 다시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기온이 1.5도만 더 상승하면 가야 시대 낙동강 변 집터만큼 높이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과학자들은 기상자료로 증명하고 있다. 이제 낙동강을 비롯한 4대 강은 모래톱 회복과 습지복원으로 생태농업, 문화, 역사의 강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강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결정하여 후손이 잘 살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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