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라"는 옛말이 있다. 일을 잘 못하면 시골로 좌천시키고, 입사 시험도 성적순으로 도시에 발령을 받기도 한다. '서울공화국'이 된 나라. 같은 사건이라도 서울에서 일어나면 기삿거리가 되는 현실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쓰는 예술인 삶은 어떨까?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공유공간 2호점에서 꽤 독특하고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시골시인 K가 시골시인 J에게. 경상도 출신 시인들이 시집을 팔아 마련한 돈을 제주도 출신 시인들에게 창작기금으로 전달한 것이다. 경상도 출신 시인들 역시 시집을 낼 때 누군가로부터 창작기금을 받아 낼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릴레이로 이어지는 시인들 창작 후원은 한국 문인 사회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던 특이한 현상이다.

'시골시인 릴레이 프로젝트'는 성윤석 시인이 시골시인 K에게 창작기금을 후원하면서 시작됐다. 시골시인 K는 경상도 출신 젊은 시인들이 서울에 집중되는 문단 현실에서 '시로 지역주의에 맞짱 떠보자'는 마음에 모였다. 6명으로 구성된 '시골시인' 그들은 지난해 <시골시인-K>라는 합동 시집을 냈지만, 문단에서 흔히 말하는 동인이 아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서로 알게 됐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2020년 8월 각 도시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름을 짓고 원고를 모아 출판 작업을 진행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발행된 합동시집 <시골시인-K>는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서울공화국'에서 시인들의 이유 있는 저항이다.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은 문단만의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는 경제력으로 혹은 사회적 지위나 학벌로 기득권을 독식하며 차별을 정당화하며 사는 사람이 많다. 기득권이 된 지역주의 그리고 문화적으로 혹은 학벌로 차별받는 세상은 성숙한 민주시민 사회로 가는 길을 막는 걸림돌이다. <시골시인-K>가 만들고 싶은 세상은 차별에 대한 저항이다. 우리도 이제 어느 곳에 살든지 어떤 일을 하든지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시골시인-K>가 바라는 세상이요, 헌법이 지향하는 차별없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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