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직 조직 비판 공정성 지적
인사이동에 업무 이해도 떨어져
강제성 없는 여가부 권고 한계
여성단체 "관련 법 개정해야"

도내 17개 시군 지자체는 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성비위 사안을 처리하고자 성고충심의위원회를 구성·운영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위원회 구성보다 위원 비율과 전문성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고충심의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2018년 2월 충남도 기간제 공무원으로 일하던 ㄱ 씨가 회식 자리에서 겪은 성희롱을 고발했으나 성고충심의위원회는 "성희롱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지었다. 하지만, 충남도 감사위원회는 성고충심의위원회 결과를 뒤집어 이 건을 포함한 9건이 성희롱 사실이 인정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남성 당연직 위원 비율 줄여야 = 도내 성고충심의위원회는 남성 위원이 많은 곳이 대다수였다. 도내 지자체 10곳(김해·양산·거제·사천·의령·함안·창녕·남해·산청·함양·거창)이 남성 위원이 절반을 넘었다. 또, 창원을 비롯한 김해·진주·밀양·거제·사천·함안·창녕·남해·하동·함양·거창·합천 등 12곳은 외부 전문가보다 공직자 비율이 높았다.

남성과 당연직 위원 중심으로 성고충심의위원회가 구성되면 제대로 사건 처리를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직 내에서 위계에 의한 성폭력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남성 위원 중심으로 구성돼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공무원으로 선출되는 당연직 위원은 내부 비판이 쉽지 않다.

하동군 성고충심의위원회는 남성 당연직 위원 3명, 여성 당연직 위원 3명, 여성 전문가 1명으로 구성돼있다.

한 지자체에서 외부 심의위원으로 활동하는 ㄱ 씨는 "진심으로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객관적으로 사건을 봐주면 좋겠지만, 같은 조직 안에 있는 동료끼리 조사를 하면 공정할지 의문"이라며 "(성고충 처리 결과가) 기관 평가와도 맞물린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남성 당연직 위원이 많은 성고충심의위원회에서 피해자 그리고 여성 심의위원까지도 의견 피력이 어렵다는 얘기도 나왔다.

성고충심의위원 ㄴ 씨는 "가령 여성아동담당이 남성 계장이면 보통 아래 여성 주무관에게 일을 맡긴다"며 "심의위원이 여성이고, 8급 주무관이라면 피신고인은 고위급 남성인 경우가 많은데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성폭력 예방교육 등 성인지 감수성 강화해야 = 당연직 위원이 많으면 인사 이동으로 업무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성비위 사안이 자주 있는 일이 아니므로 어떤 심의위원은 한 번도 활동을 하지 않고서 인사 이동을 하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업무를 떠안는 경우도 발생해서다. 심의위원의 낮은 업무 이해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자에게로 돌아간다.

여성가족부는 매년 각 지자체의 성폭력 예방 교육 이수 유무를 점검한다. 성폭력 예방 교육 지침에 따라 실적을 점검하고 점수를 매긴다. 70점 미만으로 떨어지면 부진 기관으로 선정되기 때문에 공직 사회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이로 인해 공무원 심의위원의 성폭력 예방 교육 이수 여부는 확인 가능하지만, 외부 심의위원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도내 지자체 18곳 가운데 9곳은 일부 심의위원이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이수하지 않거나, 지자체에서 교육 이수 여부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성고충심의위원 ㄷ 씨는 "고위 공무원 심의위원은 성인지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특별교육을 추가로 받을 필요가 있다"며 "여기에 더해 여성가족부 점검을 받아야만 성비위 사안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희연 여성가족부 권익지원과 사무관은 "성비위 사건이 일어나면 해당 지자체 성고충심의위원회는 재발방지대책을 보내주는데 이를 통해 운영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피해자가 다수거나, 기관장이 가해자로 지목된 경우 등 주요 사건이 발생하면 현장으로 나가 점검한다"고 전했다.

성비위 사안이 발생하고 나서야 여성가족부가 확인하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지자체가 여성가족부 권고안을 어기더라도 강제성이 없어 운영 현황, 위원 비율 조정 등이 시정되기 어렵다.

윤소영 경남여성연합 사무처장은 "일부 지자체에서는 성고충심의위원회 구성은 갖춰놨으니 위반한 내용은 없을 거라 하겠지만, 여성가족부 내부 권고안부터 한계점이 있다"며 "여성폭력 관련 법 개정이 이뤄져야 행정이 움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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