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 처분할 땅 찾기 불가능
그럼에도 원전 계속 건설 무책임

지난 2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만든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 기본계획'을 원자력진흥위원회가 심의 의결했다. '사용후핵연료'를 최종 처분장이 마련되기 전까지 원전 부지 안에 임시 저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의 연료로 쓰고 남은 핵폐기물을 의미하는데 방사능 독성이 강해서 고준위핵폐기물이라고 부른다. 1m 앞에서 17초만 쐬어도 한 달 내 100% 사망할 만큼 독성이 강하다. 이 물질은 최소 10만 년 동안 안전하게 격리해서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원전을 운영하는 국가마다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방안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매년 900여 t 배출되는데 4개 원전 내 수조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어 곧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우리 정부는 1986년부터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부지로 경북 영덕, 충남 태안 안면도, 강원 고성, 양양을 지정했으나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1994년에는 인천 굴업도를 선정하여 IAEA 지질환경 적합 판정까지 받았지만 활성단층 발견으로 백지화됐다.

30년 이상 고준위 처분장 부지를 찾다가 이제는 중·저준위폐기물처분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전북 부안을 지정했다. 부안 군민들의 반대와 주민투표로 부결됐고 정부는 백지화를 발표했다. 2005년 3000억 원의 지원금을 내걸고 유치 신청을 받아 우여곡절 끝에 경주로 결정되어 경주방폐장이 건설됐다.

이처럼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장은 20년 동안 논의조차 하지 못하다가 사용후핵연료 임시보관시설(수조)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자 2013년에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여 논의했다. 3년 동안 수십억 원의 예산을 쓰고 나온 보고서는 '영구처분장을 건설하기 전에 임시저장시설을 지어 보관한다'는 것이 전부다.

이번 원자력진흥위원회 결정은 원전 부지 안에 임시저장시설을 건설하도록 한 것이다. 수조에 임시 보관되어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꺼내어 맥스터라는 임시저장소를 지어 40년 동안 저장하다가 그동안 영구처분장을 만들어 옮기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인데 지역 주민들은 처음부터 영구처분장이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고준위핵폐기물을 영구 처분할 부지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원전 종주국인 미국조차 50년 이상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장 건설에 매달렸지만 아직 적합한 부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10만 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할 부지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원전을 '화장실 없는 아파트'라고 말하는 이유다.

유일하게 핀란드가 영구처분장을 건설하고 있지만 단단한 화강암을 500m 지하로 뚫고 5㎞의 터널을 만들어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한다. 핀란드는 4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데 원전을 운영하기 시작한 1983년 폐기물 처분장 논의를 시작했다. 10년 동안 전국의 지질을 조사한 후 4개 후보지를 선정했다.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지역 주민과 소통한 후 2001년에 18억 년 된 화강암 지반인 올킬루오토 섬을 최종 후보지로 확정했다. 2004년 공사를 시작해 2023년부터 저장할 계획인데 후세 인류의 침입이나 훼손을 방지할 방안을 찾고 있다.

지진이 일어나도 안 되고 지하수가 흘러도 안 되는 단단한 지반을 찾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인들은 원전을 계속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핵폐기물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미래 세대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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