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땅 투기 의혹으로 촉발
정부 '분리'대책에 비판 봇물
인원 감축 등 개편안 발표 미뤄
신규채용 불발에 청년들 좌절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는 10개월여가 지났지만 현재진행형이다.

정부는 해체 수준의 조직 개편안을 예고했지만 안팎의 반발 때문에 아직 논의 중이다. 2000명을 감축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아 신규채용이 물 건너가면서 청년들은 좌절하고 있다.

LH 사태는 올해 3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LH 임직원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임직원 10여 명이 개발 정보를 이용해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로 지정된 경기 광명·시흥지구에서 100억 원대 토지를 매입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공직자들의 전방위적 투기논란으로 확산하며 국민은 공분했다. 국무총리는 해체 수준의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중앙부처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투기의혹을 찾아내느라 분주했다.

3개월 뒤 정부는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LH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LH 전 직원은 의무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등록해야 하며 실제 거주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주택이나 토지의 취득도 금지했다. LH의 공공택지 입지조사 권한을 국토교통부가 회수해 LH 인력을 2000명가량 줄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발표에서는 빠졌지만 정부에서 주거복지기능을 모회사로, 토지·주택개발기능을 자회사로 두는 모·자회사 수직 분리안을 논의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노동조합과 지역에서 반발이 일었다.

▲ 60여 개 진주지역사회 시민단체들이 지난 6월 3일 진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앞에서 '경남진주혁신도시(LH) 지키기 범시민 운동본부' 출범식과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진주시
▲ 60여 개 진주지역사회 시민단체들이 지난 6월 3일 진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앞에서 '경남진주혁신도시(LH) 지키기 범시민 운동본부' 출범식과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진주시

LH 노조는 "썩은 부위 도려내고 분골쇄신하겠지만 국민께 손해 끼칠 졸속 개혁안은 막아야 한다"며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통합할 때 10년 이상 연구가 이뤄지고 공론화 과정을 거쳤는데 해체를 몇 개월 만에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결론을 내놓고 짜맞추기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LH 본사가 있는 진주시와 경남도도 반발하고 나섰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정부서울청사와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정부 혁신방안은 LH를 사실상 해체하는 절차로, 경남진주혁신도시를 비롯한 지역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에 LH 해체라는 전혀 엉뚱한 처방을 도출한 정부 정책 방향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LH 분리·해체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시민, 시민단체 시위가 줄을 이었다.

당시 김경수 도지사도 총리를 만나 경남혁신도시 기능을 축소하거나 약화시켜 지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방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조직 개편안을 두고 두 차례 공청회를 열었지만 전문가뿐 아니라 여당 국회의원으로부터도 뭇매를 맞았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환자의 병과 관계없이 아무 데나 팔 자르고 다리 자르는 것은 돌팔이 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즉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은 동의하지만 인원 감축부터 논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주장이 주를 이루었다.

진통 끝에 정부는 10월 LH의 독점적·비핵심 기능 24개 폐지·이관 또는 축소로 2025년까지 1064명을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정밀 조직진단을 거쳐 지방조직 중심으로 약 1000명 수준의 정원을 추가 감축해 약 1만 명 중 합산 2000여 명을 줄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직개편안 발표를 하지 못하고 연기했다.

LH는 올해 1088명을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신규채용을 하지 못했다. 기존 인원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규 직원을 채용하기엔 현실적이지 못하고, 특히 앞으로 4∼5년간 신규 채용이 없을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일에는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 박재규 경남대 총장, 이호영 창원대 총장, 정찬휘 경상국립대 총학생회장이 총리를 만나 신규채용을 건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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