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명칭 새천년 생명의 숲
2007년 합천군 임의로 변경
지명고시 절차도 건너뛰어
최근 시민단체 주민발의 청원

전두환 호를 딴 일해공원 이름 바꾸기 요구가 14년째 이어지고 있다. 일해공원 이름이 헌법과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전두환이 사망했지만 일해공원 이름 바꾸기 운동은 오히려 더 활발하다. 합천지역 시민단체는 일해공원 이름을 바꾸는 지명 제정을 위한 주민발의를 했다. 앞으로도 계속해 일해공원 이름의 부당성을 알려가며 전국 시민단체와 정당 등과 연대해 일해공원 문제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출발부터 꼼수 튼 일해공원 = 일해공원 원래 이름은 '새천년 생명의 숲'이다. 1999년 새천년을 맞아 경남도가 '밀레니엄 기념사업'으로 공모해 추진한 사업이다. 경남도가 20억 원을 지원하고, 합천군이 48억 원을 들여 5만 3000여 ㎡ 규모로 공원을 조성했다. 2004년 준공 후 합천군은 전국 공모로 공원 이름을 '새천년 생명의 숲'으로 정했다.

생명의 숲에서 일해공원으로 이름을 바꾼 시기는 2007년이다. 당시 심의조 합천군수가 합천군민 1364명을 상대로 우편 설문조사를 벌여 이름을 바꿨다. 2006년 공원 이름을 공모했고, 일해공원·황강공원·군민공원·죽죽공원을 최종 후보로 올려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일해공원을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있다. 설문조사 대상자(1364명) 중 78%가 새마을지도자를 비롯해 이장, 특정 단체 회원, 공무원이었다. 설문 내용도 편향됐다. 설문지에 후보군 장단점을 설명하며 유독 일해공원만 '군민의 자긍심 고취', '홍보효과 극대화', '관광명소로 부각', '성역화 사업 성행', '전국적 이미지 부여 가능' 등 긍정적으로 포장했다. 설문조사 대상자의 43%인 591명만 응답했다. 302명이 일해공원을 선택했고 이는 전체 설문 대상자 중 22%에 불과한 수치다.

일해공원 이름은 제대로 된 지명고시 절차도 밟지 않았다. 비공식적 지명이란 뜻이다. 2007년 일해공원 이름을 정하고 군정조정위원회에서 의결했다. 당시 지명 표준화 편람에는 '시군구 지명위원회 심의→시도 지명위원회 심의조정→국토지리정보원·국가지명위원회 최종심의→고시' 절차를 명시하고 있었다. 단계별 심의를 거쳐 고시해야 공식적인 지명으로 지위를 얻는다. 하지만, 일해공원 명칭은 군정조정위원회로 마무리됐다.

◇계속되는 일해공원 이름 바꾸기 운동 = 10여 년간 계속된 일해공원 이름 바꾸기 운동은 올해 본격화됐다.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공원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시대적 명제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합천군농민회 등 10개 합천 시민단체는 5월 18일 일해공원 표지석 앞에서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발대식을 열었다. 운동본부는 1인 시위부터 서명운동, 주민청원까지 지속적인 활동을 벌였다. 법과 조례에 근거해 지명위원회 개최와 심의를 군수에게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운동본부는 10월 광주를 방문했다. 41년째 사죄하지 않는 전두환을 대신해 고향 후배들이 5.18 영령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마주앉은 광주와 합천 사람들은 일해공원 문제에 공감하고 역사 바로 세우기 연대를 약속했다.

지난 20일에는 운동본부가 1500명 주민 서명을 받아 주민발의 요건을 갖춘 지명 제정 주민청원서를 합천군에 냈다. 일해공원이 비공식 지명이라 이름 바꾸기가 아닌 정당한 이름을 다시 짓자는 의도다. 이들은 앞으로 각 정당 대선주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의사를 묻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와 더불어 전국에서 뜻을 같이하는 기관 단체 등과 연대해 역사 바로 세우기 활동도 펼쳐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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