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호 딴 공원 명칭 탓 14년째 5월만 되면 도마에
두 차례 여론조사 결과 상반... 세대 간 찬반 대립 양상 뚜렷
군수·국회의원 등 해결 미적 "정치인 나서 마침표 찍어야"

일해공원은 해마다 5월이 되면 논란이 됐다. 1980년 광주민주항쟁을 짓밟은 전두환을 추앙하는 공원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빗발치는 이름 바꾸기 요구에도 해법 찾기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십수 년 동안 갈등이 이어온 데다, 합천에서 전두환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 의미까지 부여하는 이들이 많아 관련 논의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합천군은 올해 6월 4일 군청에서 일해공원 관련 지역 사회단체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합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는 편파적이라는 이유로 불참했고, 간담회에 참석한 지역 보수단체들은 주장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합천을 고향으로 둔 사람은 이런 일에 휘둘리면 안 된다", "광주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앙하는데, 고향 후배인 우리가 왜 흔적까지 지워야 하는지 모르겠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좌파 정권에서 핍박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합천군민운동본부는 장외에서 "공원 이름 바꾸기 운동을 계속 펼쳐 나갈 것"이라며 "힘 대결로 갈등을 빚기보다 토론과 협상, 조정과 숙의로 갈등을 풀자"고 제안했다.

▲ 천으로 가려진 일해공원 표지석.  / 김태섭 기자
▲ 천으로 가려진 일해공원 표지석. / 김태섭 기자

엇갈린 시각은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올해 7월과 10월 합천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두 차례 일해공원 이름을 바꿀지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가 있었다. 7월 여론조사에서는 56.1%가 공원 이름 바꾸기 주장에 힘을 실은 반면, 10월 조사에서는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이 49.6%로 조사돼 의견이 뒤집혔다. 두 여론조사 모두 40대 이하 젊은 층은 바꾸자는 의견이, 50대 이상에서는 유지하자는 의견이 우세해 세대 간 뚜렷한 대립 양상도 보였다.

이런 합천 모습을 두고 정치의 부재, 민주주의 실종을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해 군수, 군의원 모두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특히, 공원 이름을 정하면서 절차를 지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합천군에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합천읍에 사는 한 주민은 "소모적 논쟁보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지혜를 한데 모아야 한다. 지역 정치인들이 나서 논란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씨 고향 합천에는 여전히 그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일해공원 입구에는 전 씨 친필 휘호가 새겨진 표지석이 서 있다. 표지석 뒷면에 '전두환 대통령이 출생하신 자랑스러운 고장임을 후세에 영원히 기념하고자 표지석을 세웁니다'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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