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힘든 서민 일상 그려
어린 시절 떠올린 관객들 눈물
내달 22일까지 창원 빨간객석

눈물 나는 연극이었다. 웃기만 하다가 올 줄 알았는데 마스크 안쪽으로 계속 눈물이 흘러내렸다. 다섯 식구가 둘러앉은 아침 식사자리에서 막내딸 소희가 보충수업비와 독서실비가 필요하다며 아빠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장면부터 그랬다. 부모는 줄 돈이 없었지만, 소희는 떼를 썼다. 그러다 소희가 끝내 해선 안 될 말을 했다. "언제나 돈 내는 건 우리 반에서 항상 꼴찌야. 한두 번도 아니고 그게 얼마나 창피한 줄 알아? 이럴 거면 나를 왜 낳았어!"

철없던 소희가 엄마만큼 나이가 든 뒤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은 또 어떤가. 방 두 개에 화장실 하나가 전부인 작은 집에서 춤을 추며 집안을 휘젓던 소희는, 세상을 떠난 가족과 왁자지껄하게 생활하던 때를 떠올린다. 회상 장면에서 그는 역시 "나를 왜 낳았느냐"며 같은 얘기를 내뱉는다. 마음에도 없는 말이 나왔다며 소희가 울음을 터뜨리자, 객석에서도 눈물이 터졌다.

▲ 극단 불씨촌 연극 <다녀왔습니다> 공연 장면. /극단 불씨촌
▲ 극단 불씨촌 연극 <다녀왔습니다> 공연 장면. /극단 불씨촌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일까. 1980년대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생활하던 서민 가정 일상을 그린 작품 <다녀왔습니다>(김민정 작, 김종원 연출)를 본 관객들은 옛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18일 공연을 관람한 강경혜(63) 씨는 "우리 세대가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장면이 많았다"며 "요즘은 가족이 많아도 같이 식탁에 앉으면 각자 핸드폰을 보는 시대인데, 예전에는 끈끈한 정과 유대감이 있었다. 그런 환경이 떠올라서 눈물이 났다"고 밝혔다.

박진영(58) 씨는 "보충수업비가 없어서 힘들던 때를 겪었다. 1970~1980년대 내 세대 이야기여서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며 "엄마에게 아픈 소리를 하던 때도 있었는데, 연극을 보고 나니 그때가 참 행복한 시절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공감돼서 눈물을 흘리며 연극을 봤다"고 밝혔다. 20대 청년인 한 시민은 "진행방식이 독특해서 좋았다"며 "막내 소희가 어른이 되어가고 엄마 나이대가 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녀왔습니다>는 소극장 '빨간객석'(창원 마산합포구 오동동 14길 62 지하)에서 정기 공연되고 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8시마다 관객과 만나는 중이다. 극단 불씨촌은 다음 달 22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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