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지난해 대비 10.7% 늘어
올 소비량보다 30만t 이상 초과
농식품부 수급 안정 차일피일
농민단체, 과잉 물량 격리 촉구

#1. 류정화(53) 씨는 합천군에서 14년 동안 논 40마지기에서 벼농사를 지어왔다. 내년부터는 15마지기는 포기할 생각이다. 쌀값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류 씨는 "내년에 쌀값이 더 내려가면 쌀 농사 규모를 더 줄일 생각"이라며 "농민 90% 이상이 임차해서 농사를 짓는데, 임차료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2. 거창에서 벼농사를 짓는 윤동영(47) 씨는 요즘 쌀값 동향이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윤 씨는 "주위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난해보다 적게는 5000원, 많게는 7000~8000원까지 쌀값이 떨어질 거란 말이 나돈다"며 "이렇게 벼농사를 포기하게 되는 농민이 많아지면 다른 작물을 심을 텐데 다른 농산물 수확량이 늘어서 그 가격도 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급 과잉으로 쌀값 하락을 예상하는 상황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농민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올해 쌀 생산량은 전년 대비 10.7% 늘었다. 벼 재배면적은 0.8%, 단위 면적당 전국 평균 생산량은 530㎏으로 증가했다. 국내 쌀 소비량은 한 해 350만~360만t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소비량보다 30만t 이상이 초과 생산됐다.

지난 15일 기준 산지 쌀 가격은 20㎏당 5만 3440원으로 책정됐다. 전년 대비 1.0% 내린 가격이다. 수확기가 끝나고 나서 공급 과잉, 소비량 감소 등으로 쌀값이 내려갔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추가 하락도 예상된다.

29일 경남농민단체는 공급 과잉 물량을 시장 격리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경남농민단체는 "정부가 양곡관리법을 시행하지 않고, 쌀값 폭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물가안정을 핑계로 자신들이 만든 법률조차 무시하고 쌀값 하락을 방치하고 도리어 조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정부는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는 대신 생산량 또는 예상생산량보다 3% 이상 초과한 경우 자동으로 시장에서 격리하는 '양곡관리법'을 마련했다. 지난 10월 11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최종 생산량을 보고 수급안정대책을 보완하겠다는 견해를 밝혔으나 아직 시장격리를 결정하지 않았다. 지금 시장격리로 쌀값을 사들일 경우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는 게 이유였다.

경남농민단체는 "60% 농가의 소득 절반이 쌀에서 나오는 만큼 농촌에서 중요한 문제고, 쌀이 무너지면 모든 농산물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국제 곡물 가격과 국외 물류비 상승으로 나타나는 식료품 가격 상승 원인을 농민에게 뒤집어씌워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양곡 보유량(70만~80만 t)을 고려해 추가로 30만t가량을 시장 격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정부 양곡 보유량은 14만t에 그친다.

전국 농민단체에서는 농업을 식량주권을 실현하는 공공재로 봐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장경제원리에 따르기보다는 공익에 초점을 맞춰 달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농민 권리를 명시하는 기본법을 제정하고, 주요 농산물 공공수급제로 농민에게 가격결정권을 부여해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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