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로 위험 요소 개선 사업
18개 초교 아동 1903명 참여
지자체 조례 제정 확대 성과
보행자 중심 인식 전환 과제

"통학로가 너무 익숙해서인지 무관심했습니다. 다행히 '그린로드대장정'에 참여하면서 통학로가 어떠한지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월성초교 6학년 박○○

"깨끗하고 안전한 학교 가는 길을 만들려면 신호등과 안전펜스, 불법주차 문제뿐 아니라 우리도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합포초교 5학년 이○○

"이제는 위험한 곳이 있으면 그냥 지나가지 않고 사진을 찍어두고 이번과 같은 활동이 생기면 문제점을 해결하려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무학초교 5학년 박○○

창원 그린로드대장정이 2019년 4월 첫발을 떼고 3년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창원시 등 15개 기관·단체가 연대했고, 18개 초등학교 1903명 아동이 함께했다.

◇주체가 된 아이들 =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아이들이 통학로에서 자기 권리를 인식하게 됐다는 점이다. 창원 그린로드대장정 활동 참가 아동들은 당사자로서 통학로 위험과 불쾌 요소를 찾아 문제 개선을 촉구하는 권리주체자로 성장했다.

2019·2020년 어린이 참여교육 '우리가 바라는 학교 가는 길'과 2020년 아동목소리 공모전 등 활동은 성인이 주도해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였다.

올해 활동은 성인이 아동을 교육하고 그들 요구에 귀 기울이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아동이 통학로 개선 중심에 섰다. 2021 아동주도형 통학로 조사 '아동의 목소리가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가 대표적이다. 산호초교, 완월초교, 우산초교, 합포초교, 해운초교, 현동초교 등 6개교 아동대표들이 직접 현장을 조사하고 사진 촬영한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찾고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지난 4월부터 5회 진행한 '아동권리 스스로 지키기 프로젝트(어린이보호구역 금연구역)'에서 아동들은 더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참여 아동은 인식개선·활동수행 영상을 만들고, 어린이보호구역 '담배꽁초 줍깅', 폐쓰레기통 만들기, 포스터 만들기 등 어린이보호구역 흡연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는 활동을 전개했다. 참가 성인들도 아동 눈높이에서 그들과 함께 정책과 제도 이행을 촉구하고자 간담회와 보고회,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변화 움직임 = 창원 그린로드대장정 활동은 도내 곳곳에서 크고 작은 변화들을 만들었다.

2019년 1월 '어린이 통학로 교통안전을 위한 조례'가 제정된 곳은 경남도와 18개 시군 등 19곳 중 5곳(거제시, 거창군, 고성군, 김해시, 통영시)뿐이었다.

창원 그린로드대장정은 지속 가능한 안전한 통학로를 만들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토론회를 여는 등 활동을 벌였다. 그 결과 2021년 9월 19곳 가운데 8곳(남해·산청·의령·창녕·하동·함안·함양·합천군)을 제외한 11곳이 조례를 제정했다.

어린이보호구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곳 역시 2019년 1월 19곳 중 김해시 1곳뿐이었지만 2021년 9월 19곳 중 4곳(남해·산청·창녕·함안군)을 제외한 15곳으로 늘었다.

의무이행자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창원시는 올해 안전한 어린이 교통환경 조성에 전년보다 30억 원 많은 58억 원(국비 27억 원, 교육부 4억 원, 시비 27억 원)을 투입했다.

▲ 창원 그린로드대장정이 3년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창원 구산초교 통학로 개선 전. /창원 그린로드대장정
▲ 창원 그린로드대장정이 3년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창원 우산초교 통학로 개선 전. /창원 그린로드대장정
▲ 창원 그린로드대장정이 3년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창원 구산초교 통학로 개선 후. /창원 그린로드대장정
▲ 창원 그린로드대장정이 3년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창원 우산초교 통학로 개선 후. /창원 그린로드대장정

경상남도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어린이보호구역 1029곳 등 통학로 전수조사를 벌였다. 이는 교통안전시설을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통학로 보행환경을 조사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전자지도 '안전 아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교통안전시설물 현황과 위험지역을 볼 수 있고, 교통안전 의견과 오류를 게재할 수 있도록 했다.

◇남은 과제 = 많은 참가자 노력으로 과거와 비교해 안전한 통학로에 관심이 커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먼저 보행자 중심으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도로에서 차도를 뺀 공간을 보도로 인식하고 있지만 도로에서 보도를 빼면 차도라는 인식이 생겨야 한다.

지난달 개통한 '안전 아이로'는 아동과 학부모 등 누구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원활한 의견 제시와 빠른 피드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이 활성화돼야 한다.

어린이보호구역 금연구역 역시 조례 개정에서 그칠 게 아니라 실제 어린이보호구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고시하는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

제미현 창원 그린로드대장정 대표는 "아이들 학교 가는 길이 좀 더 안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그린로드대장정이 벌써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며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 안전은 어른인 우리가 지켜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은희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아동옹호센터 소장은 "지난 3년 통학로는 더 안전해졌고, 아동은 권리주체자로 성장하고, 우리 어른들은 의무이행자로서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창원시 통학로가 더욱 더 안전하고 쾌적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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