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사망 등 사회적 죽음
지역사회가 공영장례로 책임
상주 없어 장례 못 치르기도
"민관, 대상·방법 구체화해야"

공영장례 제도는 무연고 사망을 사회적 죽음으로 보고 지역사회가 함께 애도하고자 마련됐다. 공영장례 문화를 만들어가는 자치단체와 시민단체, 고독사 현장에서 일하는 특수청소업체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자체 사례 = 김해시는 2019년 2월 경남에서 가장 먼저 공영장례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이에 무연고자와 사망자 부양의무자가 저소득층 가구, 고독사 저소득층 1인 가구 등을 대상으로 장례용품, 장례업체·비영리단체와 연계한 인력과 장소, 화장비용을 지원한다. 1일장 기준 빈소 마련부터 추모공원 봉안까지다. 김해시는 지역 장례식장 15곳과 업무협약도 맺었다.

그해 3월 김해한솔요양병원 장례식장에서 무연고 80대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장례식이 열렸다. 지병으로 힘겹게 살았지만 "본인보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은 분"이라고 회상한 이웃 주민이 상주가 됐다.

공영장례 지원을 받으려는 연고자·이웃 사람 등은 구두신청을 하거나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장제급여 80만 원의 200%(160만 원)까지 지원받는다. 김해시 생활안정과 담당자는 "그간 한 해 5건 정도 지원했다"고 전했다.

같은 해 조례를 만든 양산과 의령은 지난달 기준 각각 3건을 지원했지만, 밀양은 1건도 지원하지 못했다. 밀양시 주민생활지원과 담당자는 "홍보를 하고 있지만, 장례를 치를 상주가 없는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자치단체들은 고독사 예방 시책도 내놓고 있다. 창원시는 올 2월부터 '고독사 예방 종합 추진계획'을 시행 중이다. 고위험군 1인 가구 노인 장년층 4만 3842명, 은둔형 가구 136가구를 대상으로 11개 핵심 과제를 추진한다. 저소득 밀집 공동주택(다가구주택·연립주택·모텔·여관 등) 거주 1인 가구 전수조사, 창원형 인적 안전망 '우리동네 희망에너지 슈퍼맨' 참여자 확대 등이다.

합천군에서 경남으로 확대된 서비스로, 최소 12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쓰지 않으면 등록된 연락처로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경남안심서비스앱', 인공지능(AI)스피커와 수도 사용량을 실시간 확인하는 디지털 수도계량기 설치 등도 창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민관 협력 필수 = '비움특수청소' 관리소장 진충성(활동명) 씨는 올여름 밀양에서 마주한 무연고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의 방을 잊지 못한다. 단칸방은 창문이 깨진 상태였고, 싱크대도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바닥에서는 냉기가 올라와 한여름에도 그는 이불 4겹을 깔고 살았다. 진 씨는 의령군 용덕면에서 한 고독사 집 청소를 맡았는데, 면사무소 직원들이 모금한 돈에서 비용 일부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창녕에 사무실을 두고 3년째 활동 중인 진 씨는 "안타까운 죽음도 많지만, 단칸방 집주인도 노인이거나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이가 많다"며 "지자체에서 건별로 고독사 현장 특수청소를 지원하는 것보다 지역별로 업체들을 선정하는 방안도 검토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반빈곤센터는 이주민 노숙자, 쪽방촌 주민, 1인 가구 취약계층을 위해 공동체 장례를 치르고 공영장례 조례 제정 운동을 벌이고 있다.

최고운 부산반빈곤센터 대표는 "1인 가구 취약계층 모임에서도 공동체 장례와 명절마다 지내는 합동 추모식에 공감했다"며 "공영장례는 결국 해체된 공동체가 회복될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공영장례 제도는 지금까지 빈소 없이 화장만으로 '무연고 시신 처리'를 해온 자치단체 관행도 벗어나게 한다. 최 대표는 "장사법상 연고자 범위가 협소해 함께 살던 친척이 연고자가 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는데, 공영장례로 가까운 친척이나 이웃으로 그 범위를 넓혀 장례를 치르는 것도 큰 변화"라며 "돈이 없다는 이유로 장례를 못 치르는 일이 없어지고, 누구든지 존엄한 죽음을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민관이 함께 논의할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당사자 의견을 직접 말하거나 대변하는 조직이 왜 공영장례가 필요한지 이야기하고, 지원 대상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상은 무연고자에 국한할지, 저소득층으로 범위를 넓힐지 쟁점이 된다. 또 대부분 조례가 현금 지원과 사후 청구를 원칙으로 하는데, 공공서비스는 입찰과 계약에 따른 현물 지원이 필수적이다. 공영장례 전용 빈소 마련과 전문가 상담센터 구축도 논의할 수 있다"고 짚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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