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유치 범시민운동본부' 출범 관련 기사를 접하고는 언뜻 최근 주말 관람차 방문한 전남도립미술관이 떠올랐다. 사실, 경남도민들 입장에서는 전남도립미술관이라는 명칭도 낯설지만 도립미술관이 광양시 구도심 지역인 폐쇄된 광양역 자리에 세워졌다는 사실에 약간 고개를 갸우뚱 기울일지는 모르겠다. 마치 땅속에서 움을 터서 올라오듯이 그렇게 주위를 압도할 만큼 웅장하지도 크지도 않으며 다소곳이 서 있는 하얀 유리로 뒤덮인 모습의 건축물과 그 주위로 창의적으로 들어선 부속 건물들을 접하게 되는데, 방문하는 젊은이들과 노부모님을 모시고 오거나 혹은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관람객들로 인해서 이곳이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미술관이라는 현실로 연결된다.

4개월 정도 지난 후의 최근 재방문은 개관 초기에 비해 미술관이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궁금함과 더불어 삼성그룹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컬렉션인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9인의 작품 21점을 보기 위한 호기심의 발걸음이었다.

하지만 나를 놀라게 한 작품은 1층 영상실에서 만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지역 민주화 운동과 우리나라 광주 민주화 운동 이야기를 비교하면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우리도 마산 3.15 의거와 6.10 민주항쟁, 그리고 창원시, 진해구 등의 지역사를 담은 작품을 제작해서 전시할 수는 없을까? 그런 창작 무대나 여건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일까?

'도시는 무엇으로 살아가는가'에 관한 질문은 대학원 시절 도시를 공부하면서 줄곧 던져진 화두였다. '미술관 건립과 미술품 소장은 닭이 먼저나 달걀이 먼저냐'처럼 명쾌하게 답을 내기는 어렵지만 전남도립미술관을 나서면서 마산만의 푸른 바다를 정원으로, 무학산의 푸르름을 배경으로 하는 아름다운 건축미를 갖춘 창원 미술관과 그에 부응하듯 바다·항구와 관련된 작품들, 지역 예술가들의 흔적들, 민주항쟁 등과 같은 치열했던 지역민의 역사와 삶을 담은 기록들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은 나만의 사치일까? 도시는 도시민들의 문화와 역사, 상상력으로 살아간다고 답을 하면서 창원의 미술관 유치 노력을 응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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