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 위기에 빠졌던 조선산업에 부흥의 길이 열리고 있다. 올여름까지 우리 조선 3사 수주 실적은 중국과 일본을 제친 것은 물론, 대형 컨테이너선, 초대형 원유운반선,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전체 물량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근 십 년 만에 전 세계 시장에서 절대 강자 지위를 다시 회복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누구도 넘볼 수 없게 조선산업을 키우겠다며 거제에서 'K조선 재도약' 전략과 비전을 제시했다. 전망도 나쁘지 않다. 긴 불황 터널을 지나는 동안 체력을 다진 덕분에 미래 경쟁력에서 우위를 갖출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이후를 앞두고 늘어나는 물동량과 선박 대형화 요구,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LNG 추진선 같은 친환경 선박 수요를 충족하는 데 우리가 한 수 위에 있는 게 분명하다.

장밋빛 전망이 얼마나 계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덩치를 잔뜩 키워놓은 중국이나 일본이 언제 추격해올지 알 수 없으니 격차를 아예 벌려놓아야 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냉탕과 온탕을 오간 쓰라린 경험을 반추해 입지를 확실히 다져야만 한다. 호황 파도를 탔으니 친환경 저탄소·무탄소 선박 기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한 K스마트십 등 기술개발과 금융과 수출 지원으로 체질 자체를 바꿔야 한다. 기술과 금융만으로 K조선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자신하면 큰 오산이다. 바닥으로 추락하던 우리 조선산업이 긴 세월을 버티다 부활할 수 있게 된 저력은 오로지 사람에게 있다. 현장 기술력을 갖춘 노동자들이 있었기에 훈풍에 돛을 올릴 수 있었던 것임을 생각하면 지금 내세운 재도약 전략도 알맹이가 빠진 거죽에 불과하다.

정부도 인력양성과 확보를 강조하고 있으나 당장 급한 인력을 여기저기서 끌어모아 메꾸는 방식으로는 도약을 준비할 수 없다. 조선산업 특유의 경기순환이나 경영조건 탓을 하며 생산체제를 하청과 비정규직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으로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숙련노동자의 체화된 현장 기술력은 하루아침에 확보할 수 없으니 물 좋을 때 사람에게 과감히 투자하면서 생산조직을 지속가능하게 재편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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