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파견노동자 임금 일부 떼 가
방조·용인하는 원청 태도도 문제

을 중의 을, 비정규직 중에서도 약자인 346만 간접고용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중간착취가 오랫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서 횡행하고 있다.

중간착취는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개입해 노동자가 받아야 할 임금 일부를 떼어 중간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예컨대 하청업체가 원청과 용역 또는 파견계약을 체결하며 1명당 인건비를 월 300만 원으로 책정한 후 하청업체는 원청에서 일하는 소속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150만 원을 주고 나머지 절반은 수수료·관리비로 가져가는 부당한 구조를 말한다. 심지어 월급보다 더 많은 금액을 떼거나 계약보다 적은 인원을 파견해 과도한 업무부담을 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위험 외주화로 알려진 '고 김용균 씨 사건'을 들 수 있다. 이 사건을 조사한 특별조사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김 씨의 직접 인건비는 당초 알려진 220만 원이 아니라 월 522만 원이었다. 하청업체가 착복한 금액이 311만 원에 이르렀던 것이다. 회사 중간 마진은 매우 높았지만 김 씨 안전을 위한 회사 의무이행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듯 불공정한 중간착취가 수면 아래에 있었던 배경에는 노동자가 중간착취를 당하는지 모르거나 어렴풋이 짐작해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생존 욕구 앞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깔려 있다. 그 결과 노동전문가와 노동기관 관계자들도 중간착취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이 틈을 노려 중간착취는 날이 갈수록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

여러 명으로 구성돼 팀 단위로 움직이는 건설현장에서는 하청업체와 계약한 임금에서 팀장이 중간이익을 챙기는 일명 '똥떼기'가 일상이 됐다.

대리운전기사가 1만 원 콜을 받으면 수수료, 보험료, 기사들을 이동시켜주는 합차비용 등 평균 4500원을 업체가 가져간다. 이마저도 지역과 업체마다 달라 더 많이 떼이는 곳도 존재한다.

중간착취를 두고 회사 측은 파견원가나 도급비에서 뗄 수밖에 없는 세금, 고용보험 등 각종 부대비용을 공제하면 회사수익금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모든 항목이 그대로 지켜진다면 착취라는 비난이 존재할 수 없다.

콜센터는 원청이 사무실, 사무용품, 전화 회선까지 제공하는데 회사 측이 말하는 운영비와 관리비는 어디에 사용되는지 알 수가 없다. 아파트 경비원은 초소에 냉난방 시설이 없어 개별적으로 마련하거나 주민이 버린 선풍기를 고쳐 쓴다. 환경미화원은 땀을 식힐 작은 쉼터조차 제공받지 못한다. 폐기물 수거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은 안전화나 작업복을 제때 지급 받지 못해 자비를 들여 사고 있다.

중간착취를 향한 비난이 갈수록 높아지지지만 원청 태도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해고가 쉽고 노조화를 막을 수 있는 등 자신들이 생각하는 '미래 위험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착취를 방조하거나 용인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생각이 뼛 속 깊이 박혀 있는 것이다.

근로기준법과 직업안정법은 중간착취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노동자가 원청에서 일해도 계약은 하청업체와 체결했기에 노동 대가 중 90%를 착취당해도 불법이 아니다.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바깥에 있어 보호를 위한 규제가 없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추진된 표준계약서 도입은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비상식적이며 불공정한 '사람 장사'가 우리 사회에 더 이상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더 늦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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