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부터 가수 꿈꿔
주 5일 창원 왕복 '입시 준비'
학원·교통비 직접 벌어 기부도
"SG워너비 김진호처럼 되고파
최종 목표는 장학재단 설립"

'멈추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 너의 길을 가/ 주변에서 하는 수많은 이야기/ 그러나 정말 들어야 하는 건/ 내 마음속 작은 이야기/ 지금 바로 내 마음속에서 말하는 대로.'

10년 전 국민MC 유재석과 가수 이적이 부른 노래 '말하는 대로'가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방황하는 많은 이들은 유재석 자전적 가사에 공감했고, 큰 위로를 받았다.

이처럼 노래로 사람들 마음을 어루만지며 소통하고자 바삐 살아가는 의령고등학교 3학년 이강희(18) 학생을 만났다.

▲ 의령고등학교 3학년 이강희 군은 입시 준비에 한창이다. 이 군은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학교 수업을 마치면 음악학원이 있는 창원을 오고간다. 학원을 가지 않는 일요일과 월요일에는 학원비와 교통비를 벌고자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다. 이 군의 현재 꿈은 가수지만 최종 목표는 자신의 이름을 단 장학재단을 세우는 것이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의령고등학교 3학년 이강희 군은 입시 준비에 한창이다. 이 군은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학교 수업을 마치면 음악학원이 있는 창원을 오고간다. 학원을 가지 않는 일요일과 월요일에는 학원비와 교통비를 벌고자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다. 이 군의 현재 꿈은 가수지만 최종 목표는 자신의 이름을 단 장학재단을 세우는 것이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24시간이 모자라 = 지난달 27일 이강희 학생을 만난 곳은 의령고등학교가 아닌 창원에 있는 '몬스터실용음악학원'이다.

가수가 꿈인 강희 학생은 고3 수험생인 만큼 입시 준비에 한창이다. 가장 자신 있는 장르는 팝과 아르 앤드 비(R&B)다.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마음먹고 나서 내 목소리를 찾고자 다양한 노래를 불러보고 좋아하는 가수 모창도 해봤다. 내 노래를 녹음해 들어보면서 점차 목소리가 갖는 매력도 찾게 됐다. 발라드, 성인가요 등 여러 장르를 불러봤는데 강점인 음색을 가장 잘 살릴 장르가 팝과 R&B 쪽이라 생각했다."

강희 학생은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학교 수업을 마치면 음악학원으로 향한다. 오후 8시 30분 학원 수업이 끝나면 오후 9시 막차를 타고 집으로 간다. 창원에서 의령까지 시외버스로만 40분이 걸린다. 강희 학생이 집에 도착하면 오후 10시가 훌쩍 넘는다.

학원을 가지 않는 일요일과 월요일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가족들에게 부담되지 않도록 학원비와 교통비를 직접 마련하기 위해서다. 아르바이트는 오전 1시께 끝나는데 집에 돌아와 잠을 청하는 시간은 오전 2~3시다.

이렇게 바쁜 가운데 전교학생회 임원도 맡아 체육대회나 축제처럼 학교 큰 행사를 준비하는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거위의 꿈 = 처음 강희 학생이 노래를 부르게 된 건 중학교 1학년 수련회 때다.

반마다 장기자랑을 준비해야 하는데 반장이었던 강희 학생이 총대를 메기로 했다. 얼떨결에 나서게 됐지만 평소 음악을 좋아했고, 많이 따라 불렀기에 노래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난생처음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섰는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자신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렸다. 긴장감에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무대에서 내려온 후 한동안 강희 학생은 친구들 사이 놀림거리가 됐다.

"친구들이 '어디 가서 노래 부르지 마라'는 말을 하자 오기가 생겼다. 그때부터 학교를 마치면 용돈을 모아 노래방에 가고, 교회에 있는 악기로 음정을 잡아가며 노래 연습을 했다. 자연스럽게 연습량이 많아져 노래 실력이 늘었고 중학교 3학년 때는 이쪽으로 뭔가(가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 뛰는 일을 찾았지만 가족들 동의를 구하는 과정은 어려웠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가족들에게 꿈 이야기를 했지만 돌아온 반응은 냉랭했다.

이대로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강희 학생은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400만 원을 건네며 진정성 있게 가족을 설득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 진학'을 조건으로 어렵사리 허락을 구했다.

▲ 인터뷰하는 이강희 군.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인터뷰하는 이강희 군.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라라라 = 요즘 강희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SG워너비 김진호다. 특히 김진호가 사연을 보낸 신청자들을 찾아가 무료로 공연을 해준 것이 큰 인상을 남겼다.

"김진호가 가진 가치관을 배우고 싶다. 과거 김진호가 자기 목소리가 사람들에게 공감되도록 감정을 잘 전달하는 게 가수라고 한 적이 있다. 나도 같은 마음으로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요즘은 경제적인 부분이 어렵다 보니 잠시 잊고 있었다. 김진호처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가수가 되고 싶다."

강희 학생은 자신을 낮췄지만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으로 매달 5만 원씩 후원하고 있다. 지난해 우연히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강희 학생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석 달만 후원하는 건 줄 알고 시작했지만 이후에도 매달 빠져나가는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보다 더 필요한 사람에게 쓰이는 것이 의미 있게 느껴졌다. 험난한 길이지만 주변을 살피며 누구보다 착실하게 한 발씩 나아가는 강희 학생이다. 어떤 가수가 되고 싶은 걸까.

"친구가 노래방에서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네 노래가 듣고 싶다'고 할 때가 있다. 헤어진 건 슬픈 일이지만 슬플 때 내 노래가 듣고 싶다는 건 위로가 된다는 뜻이다. 단순히 대중에게 인기를 얻는 가수가 아니라 사람들 감정에 공감하고,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함께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

◇말하는 대로 = 강희 학생은 계획을 세울 때 긍정적인 상상을 한다. 예를 들어 가고 싶은 대학에 입시를 보러 갈 때는 입학시험을 치러 간다기보다 개강해 수업을 들으러 간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항상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면 꼭 이뤄졌다고 했다. 지금 꿈은 가수지만 최종 목표는 따로 있다. 자신 이름을 단 장학재단을 세우는 것이다. 이것 역시 생각한 대로 이룰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가수 이후에 장학재단을 만들어 나와 같은 처지에 있지만 음악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가수보다 뛰어난 실력이 있는 일반인이 많다. 가수 은퇴 후에는 내가 직접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토대로 실력 있는 사람들을 교육하고, 금전적으로도 지원해주고 싶다."

강희 학생은 농사를 짓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남들보다 일찍 철이 든 강희 학생이지만 24시간이 모자란 생활에 지쳐 방황했던 적이 있다. 그렇지만 큰 목표가 제자리로 돌아오게 했다.

"올해 초에 모든 걸 놓고 싶을 때가 있었다. 학원도 가지 않고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것을 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고 나만 포기하면 되는데 왜 사서 고생하는지 많은 생각을 했다. 최종 목표인 장학재단을 떠올리니 방황할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살아가기로 했다."

힘든 일이 있더라도 경험이 쌓인다는 생각으로 매순간 성장하고 있는 강희 학생. 희망처럼 목소리로 자신이 받은 사랑을 나눌 줄 알고,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는 가수로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해 본다.

※ 도움 주실 계좌 = 경남은행 207-0099-5191-03(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지난 8월 5일 자 청소년 드림스타 서지우 창원 의신여중 2학년 학생에게 후원금 315만 2000원(BNK경남은행 특별후원금 300만 원, 일반 후원금 15만 2000원)이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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