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학순 공개 증언 30주년
지역 시민사회 비대면 토론회
경남도 역사관 건립 용역 진행
"여성인권 보편적 가치 알려야"

"내가 살아있는 증거다."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학순 씨가 최초로 피해 사실을 증언한 지 30년이 지났다. 그사이 피해자들은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경남 지역 시민사회는 '피해자가 없는 앞으로의 위안부 역사'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창진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 '일본군 위안부 역사의 기억과 기록을 위한 경남 지역사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고 김학순 공개 증언 30주년 기념 토론회를 비대면으로 열었다.

이경희 시민모임 대표는 "2018년 경남에서 위안부 역사관 건립 추진위원회가 결성되고, 경남도가 시민사회의 숙원 사업을 이뤄주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경남 시민사회와 경남도의 약속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큰 줄기를 잡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지난 6월부터 위안부 역사관 건립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역사적 보존 가치가 있는 위안부 기록물 수집·발굴 및 체계적인 관리 계획 수립이 주요 내용이다. 한미영 경남도 여성정책과장은 "역사관 건립 타당성을 검토하고,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경남 지역 실정에 맞는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송도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대표는 "피해자가 없는 시대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가장 많은 경남의 시민사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기록하고,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찍이 항구가 개항하고, 철도와 뱃길 등 운송 수단이 발전한 지리적 특성상 경남 지역에 위안부 피해자가 많았고, 피해 사실을 기록하고자 하는 노력 또한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고 설명했다.

안이정선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전 대표는 대구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사례를 설명했다. 2015년 12월 개관한 희움 역사관은 각종 기획 전시를 선보이는 등 피해자들의 증언을 전달하고 있다. 또 피해자 지원 활동과 함께 희움을 브랜드화하면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팔찌, 에코백 등을 제작해 수익을 창출한 사례도 소개했다.

김윤자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역사관 건립뿐 아니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안부 역사관이 여성 인권에 관한 보편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시민교육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경남 위안부 피해자 역사관 건립만이 아니라 생존 피해자 발굴 작업, 관련 조례안 제정 등이 과제로 제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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