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수 제한·비대면 '한계'
"극장 임차료 낼 돈도 없어"
극단들 자구책 마련 안간힘
대부분 정부 지원에만 의존
수익사업 벌여 재정 충당도

코로나19 확산세로 창원지역 극단 나비는 연일 울상이다. 김동원 대표가 운영하는 나비아트홀 소극장은 연 100회 이상 공연이 열리던 곳이다. 그러나 코로나 영향으로 무대는 텅 비었고, 그나마 있던 공연 수입은 뚝 끊겼다. 작품 하나당 보름에서 한 달간 선보이던 공연 횟수도 반 토막이 났다. 임차료 낼 정도의 수익도 없어 지방자치단체 재정 지원사업을 따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액수를 말하긴 어렵지만, 소극장 임차료를 여기저기 돈을 빌려 가며 가까스로 메우고 있다"며 "코로나 전까지 많은 공연이 열리던 무대였는데, 당분간 창작극 연출과 지원사업 참여에 전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은 경남 연극계가 극단 운영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경남연극협회)가 제공한 '2021 경남 정단체 현황' 자료를 보면, 경남연극협회에 가입된 극단은 25일 기준 16곳이다. 미가입 극단을 포함하면 경남지역 극단은 20여 곳.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난해 1월 20일 이후 극단들은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고자 한 칸씩 자리를 띄워놓고 공연하거나, 관객 소수만 들여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무대 위에 작품을 내놓지 못할 때는 유튜브를 통해 공연 영상을 띄운다.

특히 연극인을 비롯한 예술인들은 지자체 예술인 재정지원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지원을 더 받고자 공모 사업에 신청서를 써내고 있다. 기댈 곳은 지원사업뿐이라는 뜻이 반영된 결과다. 대다수 극단이 정부 예술인 지원사업 선정에 공을 들이고 있는 반면, 일부 극단은 여기에 더해 어렵사리 추가 수익사업을 벌여 재정 마련에 나서고 있다.

◇멸치 판매 등 재정 마련 나서 = 진주지역 극단 큰들은 재정사업으로 명절마다 멸치를 팔고 있다. 건어물 유통업을 하는 단원 가족에게서 들여온 '선물용 멸치 세트'를 별도 주문을 받아 파는 것이다.

극단이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물품 팔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큰들은 또 산청마당극마을에서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씩 진행하던 20대 청년 대상 예술체험 캠프를 비대면으로 열어 소정의 금액을 받는 수익사업도 추가로 벌이고 있다.

진은주 큰들 기획실장은 "다가오는 추석 때는 멸치세트를 팔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도저히 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이번에 또 멸치를 납품하기로 했다"라며 "단체로 구입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멸치도 팔고 체험 행사도 열어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 재정 지원사업에도 참여하면서 공연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은 경남 연극계가 극단 운영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대다수 극단이 정부 예술인 지원사업 선정에 공을 들이고 있는 반면, 일부 극단은 여기에 더해 어렵사리 추가 수익사업을 벌여 재정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텅 빈 창원 마산문화예술센터 시민극장.  /극단 상상창꼬
▲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은 경남 연극계가 극단 운영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대다수 극단이 정부 예술인 지원사업 선정에 공을 들이고 있는 반면, 일부 극단은 여기에 더해 어렵사리 추가 수익사업을 벌여 재정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텅 빈 창원 마산문화예술센터 시민극장. /극단 상상창꼬

◇정부 지원사업에 의존 =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예술단체 창작활성화 지원사업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 지원 사업'에 선정된 극단들은 사정이 나았다. 대다수 극단이 지원사업에 신청서를 내며 '버티기'에 힘을 쏟고 있다.

창원 극단 상상창꼬에서 연출가로 활동 중인 김소정 마산연극협회 회장은 "큰들은 마을을 이루고 사는 곳이어서 재정 마련을 위해 이것저것 추가적인 사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다른 극단들은 지원사업에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 극단은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시도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이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예술교류지원사업 등 지원사업 20여 개에 신청서를 냈다"면서 "계속 지원은 하고 있지만, 선정되기가 갈수록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연극 축제를 만들어 공연을 했거나 워크숍을 열어 역량 강화를 했다는 식의 결과물이 있어야 사업 선정에 유리하다"면서 "이마저도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계획했던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용 극단 마산 대표는 "예술단체에서 돈이 나올 만한 구석은 공연 관련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것 말고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신청할만한 지원사업이 보이면 신청서를 내면서 재충전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 정국에서 비대면 공연을 여는 건 지원금을 받기 위한 형식적인 공연일 뿐이지 '진짜 공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코로나 영향으로 죽기 일보 직전에 놓여 있는 극단이 많다"고 말했다.

◇그래도 공연은 계속된다 = 김해 극단 이루마는 코로나 전과 비교하면 현재 70~90% 정도 공연 횟수가 줄어들었다.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 지원 사업에 선정돼 지원금을 받으며 그나마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정유 이루마 대표는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 연간 4000만~1억 2000만 원 정도를 지원받는데, 우리 극단은 8000만 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원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지원금마저 없다면 작품 만들기가 쉽지 않다"며 "지원을 받지 못한 기초예술은 거의 무너져 내린 추세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애숙 거제 극단 예도 대표와 이훈호 사천 극단 장자번덕 대표도 공연 횟수가 줄었지만, 지원 사업 선정으로 극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공연을 유지하는 극단도 있었다. 고능석 진주 극단 현장 대표는 "코로나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해 4월부터 올해까지 80여 회 공연을 선보이며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제상아 통영 극단 벅수골 기획사무국장은 "매년 10차례 이상 공연해왔는데, 관객 수가 제한되는 점을 제외하면 공연 횟수 변동 없이 진행하고 있다"면서 "비대면 영상 공연은 거의 하지 않았고, 대면 공연을 계속 했는데 다행히 관객들이 찾아주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