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도교육청 추진 사업에 참여
수학여행→문화체험여행 등
195쪽 분량 뜻풀이·보기 담아

"토박이말을 살리는 출발점은 우리 의도와 관계없이 강점에 의해 쓰고 있는 일본어식 용어를 우리 것으로 바꿔 나가는 것입니다."

경남도교육청은 교육 현장에서 사용하는 일제 잔재 용어를 바로잡고자 지난해 12월 <학교 내 일본어식 용어 이렇게 바꿔요>를 발간했다. 집필위원장으로 참여한 김덕현(59·사진) 신월중 교장에게 일본어식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책은 지난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도교육청이 일제 잔재 문화 청산 작업 중 하나로 추진한 사업이다. 그러다 보니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힐 때도 있었다. 이념적 접근이라거나 해묵은 얘기라는 시각 때문이다.

김 교장은 "책 집필 의도는 '당연하게 쓰는 일본어식 용어를 우리말로 고쳐 쓰자'였는데 몇몇 사람들이 이념적으로 해석해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 의문을 던지기도 했고, '언어는 의사소통 도구'라는 관점에서 이미 통용하는 단어를 이제 와 바꾸는 작업이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집필에 참여한 우리 생각과 다르게 외부에서 이번 작업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부분이 새롭게 느낀 어려움"이라고 전했다.

우리 생활에 녹아든 어휘들을 어느 수준까지 바꿀지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일본어식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은 단순히 어휘를 바꿔 쓰는 것, 그 이상 의미가 있다.

김 교장은 "우리말이 방탄소년단 인기와 함께 세계적으로도 많이 알려지고 있는데,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 언어가 가진 본질을 잃을 만큼 파괴되고 조각조각 해체되고 있다"며 "모든 일본어식 용어를 당장 고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말 순화 작업은 우리 모르게 남아 있는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한국인 정체성을 찾아가는 소중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교육이 앞장서 평소 모르고 쓰는 일본어식 용어를 알리기 위한 책자를 만들어 보급하고, 홍보물 형태로 학교에서 쓸 수 있도록 했다"며 "우리말은 일제 잔재에 더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영어식 표현으로 오염되고 있는데 이 책이 그 흐름을 끊고 방향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195쪽 분량에는 학교생활, 교육행정, 일상생활 분야에 자리 잡은 일본어식 용어 333개가 담겨 있다. 단어마다 일본어식 용어를 우리말로 바꾼 순화어와 뜻풀이, 단어가 포함된 보기 문장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가령 '수학여행'은 '문화체험여행', '경례'는 '인사', '진급·졸업사정회'는 '진급·졸업평가회', '잔반'은 '버리는 음식' 등이다.

또한 지난 3월에는 책에 수록된 일본어식 단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한 8면짜리 홍보물을 도내 초·중·고등학교와 전국 시도교육청 등에 배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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